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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칼럼] ‘피크 차이나’ 찍고 ‘잃어버린 30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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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8. 07. 18:30

황남준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황남준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중국경제가 급전직하(急轉直下)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회생 가능성이 엿보이던 중국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연초 '피크차이나'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더니 이제는 정점을 훨씬 지나 미끄럼틀 위를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있다. 온갖 악재가 중국경제에 중첩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중 기술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데다 중국 당국의 '경제의 정치화'에 따른 정책 실패 비용증가, 수출 및 내수 등 쌍순환 구조의 부진,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 대만해협 군사 갈등에 따른 군비 증강 등 메가톤급 요인이 한데 뭉쳐 중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게다가 국제적 고립은 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만 유독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흐름과는 정반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상반기 중 중국의 장기적인 물가하락 징후는 기업이익을 잠식하고 소비자 지출을 줄여 일자리를 없애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올 2분기 중국경제는 짧은 반등세를 탔던 1분기와 비교했을 때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7월 말 국가통계국 데이터를 보면 중국산 제품 수출이 약화되고 있고 중국 내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고용지수도 7월 48.1로 5개월 연속 위축돼 21.3%의 사상 최고 청년실업률을 기록했고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된다고 한다.

노무라는 중국의 연간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이 3분기에 마이너스 0.2%로 예상했다. 특히 경제가 하강국면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다 중국의 가계부채는 소득의 1.5배 수준으로 대부분의 선진국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일본이 부동산·주식시장 거품이 터진 후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것처럼, 중국도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기간 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이후 중국 전역에서 디플레이션 징후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의 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잡을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잃어버린 10년 또는 30년'이라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중국 여행객이 급감한 것도 중국경제의 회복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내수경기 회복이 더욱 어려워지고 서방과의 인적교류가 단절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일 "중국과 서방국가들의 교류가 줄어들면서 디커플링 기조가 장기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분기 중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고작 5만2000명으로 코로나 이전 2019년 1분기 370만명에 비해 1.4%수준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전했다. 상반기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를 방문한 관광객수가 2019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그중 절반 이상은 홍콩, 마카오, 대만 출신으로 집계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중국 상황을 일본에 비유한다. 플라자합의(1985) 이후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을 겪은 일본과 현재의 중국이 놀랄만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저성장은 1990년대 일본 주식 시장과 부동산값 하락으로 기업과 가계가 부채를 갚기 위해 지출을 대폭 줄이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과 중국이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올해 군비를 지난해 대비 7.8% 늘리고 대만해협에 대한 갈등을 증폭시키고 무기와 탄약 비축량을 늘리면서 군사비 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거기서 GDP성장률을 최소 1%포인트 이상 갉아먹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더욱이 인구감소와 미·중 기술전쟁은 중국경제 선단(先端)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경쟁자이자 협력자의 입장에서 '비슷한 듯 다른' 두 나라가 걷는 '경제 여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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