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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선언 이후 이를 충실히 지켜왔지만, 북한은 이를 어기고 핵무기 고도화를 실현시켰고, 2016년 세계에서 7번째로 SLBM을 개발했다. SLBM은 핵무기 중 가장 늦게 개발됐지만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미국과 러시아는 지금도 핵무기를 싣고 출항한 잠수함에 대해서는 핵추진 잠수함으로 추적·감시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에 연재된 글을 책으로 엮은 'Blind Man's Bluff'(장님들의 음모)는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승조원들은 몇 달, 몇 년, 그리고 몇 십 년 동안이나 수중에서 근무하면서 그들의 조국을 핵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돼 주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소련의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오직 무슨 소리가 나는지 듣고, 그들이 어떤 작전을 하는지 감시하고, 언제 전투명령이 내려질지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소련의 전략 잠수함(Boomer·SLBM탑재 잠수함)을 추적했다. 그런데 이 작전은 상대 잠수함보다 2~3배(최소1.5배 이상)의 속력을 24시간 낼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만이 가능하다'고 증언하고 있다.
북한은 2023년 디젤 잠수함을 개조한 '김군옥함'에 SLBM 10발을 탑재하기 위한 수직발사관 10개를 장착하고 해상시운전에 돌입했다. 수중에서 상대 디젤 잠수함의 추적·감시는 디젤 잠수함으로는 할 수 없다. 그러면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우리를 대신해 이 임무를 수행하고 한국에 보고하고 작전정보를 실시간 공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가능하다면 한국에 핵 추진 잠수함은 필요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으로 우리를 위협한다면 우리의 핵추진 잠수함으로 추적·감시함이 타당하다.
자카힘 차관은 "만약 원자력 이용은 민간에 집중하겠다는 오랜 약속을 회피하려 시도한다면 한·미간 심각한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논리적 모순이 있다. 미국은 '호주에 제공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 핵추진 잠수함(SSBN)과 달리 핵기술을 잠수함 추진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핵 비확산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리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에도 호주가 인수 받을 예정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지원해도 법적으로는 핵 비확산 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논리인데 한국이 미국산 우라늄을 군함의 추진체에만 사용한다는데 왜 한미간 심각한 분열을 초래한다는 것인가?
'한반도 주변 해역은 비교적 수심이 얕아 핵추진 잠수함보다는 재래식 잠수함이 더욱 적합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수심이 낮은 북해와 대서양에서도 이 시간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 추적·감시작전은 지속되고 있다. 2016년 북한이 신포 앞바다 수심 60~70m에서 SLBM을 발사할 때도 미국 핵 추진 잠수함이 근접해 잠망경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동해보다 수심이 낮은 우리의 서해에는 이 시간에도 중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활동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이 아니라 북한의 SLBM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데 왜 한·미간 심각한 분열을 초래한다는 것인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미국은 오커스동맹에서 군함의 추진체에 들어가는 고농축우라늄은 핵비확산금지의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SLBM 10발을 실은 여러 척의 잠수함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시기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생각한다. 미국법을 바꿀 수 없어 미국산 우라늄을 핵추진 잠수함에 사용할 수 없다면 제3국에서 구입해 사용하되 미국과 IAEA에 투명하게 보고하고 추진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