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고성국 칼럼] 민주당, ‘삼권분립’까지 부정하는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har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42801001562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4. 28. 18:09

고성국 주필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총선 압승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1성은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였다. 그 후 2주, 민주당은 이 대표의 다짐이 무색하게 독선과 오만의 정치로 정치판을 또다시 정쟁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동이 추진되는 와중에 협치를 정면 부정하는 발언들이 국회의장 후보들과 원내대표 후보들 입에서 거침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정면충돌할 때조차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열어나가야 할 입법부수장과 원내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이런 언행은 향후 한국정치가 지금껏 보지 못한 격렬한 정쟁으로 점철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7일 신용사면, 서민금융지원 등의 정책 추진을 위해 '처분적 법률'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집행이나 사법절차 등을 통하지 않고 자동으로 집행력을 가지는 법률을 뜻한다. 다시 말해 국회 입법만으로 행정부를 대신해 집행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명백한 삼권분립 부정이다. 특히 처분적 법률은 법률이 특정하는 특정집단에 혜택을 주기 때문에 위헌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처분적 법률의 위헌성을 경계하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뿐인가.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제2양곡법 개정안 발의' '민주유공자법'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임위 독식' 주장까지 나온다. 이 대표의 '늘 낮고 겸손한 자세'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단 말인가.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은 선거 후 10여 일 만에 국민적 심판을 받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35.8%, 민주당 35%로 지지율 역전이 이뤄졌다. 리얼미터 측은 민주당이 총선을 통해 확인된 '민의'를 근거로 '채상병 특검법' '제2양곡법 개정안 발의' '상임위 독식' 주장 등으로 '입법폭주' 논란이 일며 전주 대비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정치다.
미디어정치의 영향으로 민심의 이슈 민감성은 매우 높아졌다. 반면 정치권의 사고방식과 언동은 민심의 민감성과 미디어정치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총선 압승의 기쁨은 단 열흘 만에 끝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독선과 오만의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과 당정은 총선 참패 후 당·정·대 전면개편과 전면 쇄신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전면쇄신의 출발은 전면개편일 수밖에 없다. 이 중 대통령실 개편이 먼저 시작됐다. 방점은 소통과 협치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적대적이다. 대통령의 비서들에 대한 인사인데도 의례적 덕담조차 없다. 총리인선에 대해서는 아예 대놓고 비토권 행사를 앞세우며 겁박이다.

대화는 상대가 있는 법이다. 소통도 한쪽이 귀 막으면 불가능하다. 협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역지사지' 없이 협치가 가능하겠는가. 대통령과 야당대표 회동 추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정국을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치란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서 하는 것이 아니다. 냉혹한 권력관계와 이해타산만이 정치에서 작동한다. 그렇기는 하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논리로는 협치가 불가능하다. 아무리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도 야권이 백기투항을 강요하고 탄핵을 공공연하게 외친다면 어떤 대화, 어떤 협상, 어떤 협치가 가능하겠는가.

협치는 선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서 구현해야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 '탄핵'과 '처분적 법률'은 삼권분립 원리의 사실상의 부정이다. 그것은 곧 대의제 민주주의의 부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45%의 민심, 108석에 실린 또 다른 민심을 부정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입법독주'를 넘어 '의회주도 독재'로 나아가지 않길 바란다. '의회독재'의 끝은 자신의 파멸이고 국가 전체의 공멸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합법적 권위와 108석이라는 개헌저지, 탄핵저지 민심을 존중하는 성숙한 야당을 보고 싶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