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던 가수 김호중은 지난 주말 창원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모든 죄와 상처는 자신이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연히 끝난 직후 김호중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음주 운전 사실을 인정하고 경찰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일 사고가 발생한 지 10일 만이다. 팬들 앞에서 말한 '진실'은 억울함과 오해가 아닌 그가 저지른 사건의 '진실'이었을까. 김호중은 누구보다 먼저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팬들 앞에서조차 진심을 전하지 못했다. 팬들 앞에서 잘못을 밝히기엔 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팬들에게 안겨준 건 추억이 아닌 상처가 돼 버렸다.
'마약' '음주 운전' '학교폭력' 등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만큼 연예계에서도 중대한 사안이다. 도덕성과 인성의 문제로도 이어져 '범법 연예인'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닌다. 자숙의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연예계 복귀는 쉽지 않다. 특히 음주 운전은 '잠재적 살인'이라는 인식이 강해 사회적으로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일이라 대중의 잣대는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한 개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수백 개의 거짓말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소속사 측은 거짓에 거짓을 더한 입장만 밝혀 논란을 확산시켰고. '트바로티'(트로트+파바로티)라고 불렸던 그의 커리어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가수와 팬들의 관계는 유독 끈끈하다. 물론 배우들도 작품으로 연결되는 유대감이 있지만 '음악'은 그보다 훨씬 밀접하다. 공연장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무대를 보면서 나누는 교감은 전 세대뿐 아니라 전 세계로도 통하기 때문이다. 김호중의 가장 큰 잘못은 이런 팬들에게 마저 진심을 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용서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진실은 언젠간 밝혀진다. 사고가 발생한 첫날이 아니더라도 사건이 최초로 보도된 날,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지금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광고, 방송가는 '김호중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법의 심판을 피해간다 하더라도 대중의 심판은 피해가지 못해 앞으로의 연예계 생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연예인의 음주 운전 사건은 꾸준히 벌어져 왔다. 스타들의 소속사에서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벌어지는 일들은 막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음주 운전'은 철저한 관리로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며, 연예인들 역시 공인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품행과 이미지에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