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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초대형 미디어월이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설치된 디지털 갤러리(Expo Digital Gallery·EDG)는 길이 218m, 폭 30m로 영종도 오로라보다 40%나 큰 규모였으며, 1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국내 첫 LED 미디어파사드였다.
하지만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디지털 갤러리는 전 세계 105개국과 10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한 세계적인 박람회 행사였음에도 최근 글로벌 이슈가 된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미디어파사드나 인스파이어의 디지털 거리에 비해 큰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현재는 LED와 운영시스템이 노후화되어 제대로 활용되지도 철거되지도 못한 채 그저 햇빛을 차단하는 초라한 벽돌 신세로 전락했다.
그동안 이를 지켜봐 왔던 필자는 디지털 갤러리보다 훨씬 작은데도 인기몰이를 하는 인스파이어의 오로라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실제로 디지털 갤러리의 핵심 콘텐츠가 '꿈의 고래'였고, 인스파이어의 하이라이트 영상 역시 '돌고래 쇼'로 콘셉트와 콘텐츠가 비슷하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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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새로운 것, 신규 사업만을 추구한다는 느낌이 들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물론 여수시와 박람회장을 관리하는 여수광양항만공사의 권리와 이해관계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2023년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 주체가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에서 여수광양항만공사로 이관했다.) 그럼에도 10년째 수십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여수박람회장과 노후화된 디지털갤러리 등 기존 시설에 대한 활용방안이 매우 시급하다.
주지하다시피 여수박람회장은 KTX와 여객선 터미널에 붙어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최대 워터스크린과 홀로그램 시스템을 갖춘 해상 멀티미디어 공연 '빅오쇼', 여수의 야경이 한눈에 조망되는 스카이타워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아주 이례적으로 아이 뮤지엄과 아르떼 뮤지엄의 초대형 디지털 전시관이 나란히 있어 랜드마크 후보지로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제반 시설을 활용해 디지털 갤러리와 여수박람회장의 다양한 시설을 재정비한다면 제2의 '여수밤바다' 신드롬을 일으키는 새로운 야간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