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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초대석] “한국과 아테네는 닮은꼴… 선동정치 만연 땐 북한에 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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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심의실

승인 : 2024. 07. 02. 18:05

한상율 전 국세청장
포퓰리즘·편가르기·선동정치
아테네 자멸로 이끈 三位一組
지금 韓에서도 벌어지고 있어
결국 선동가들 잘못 뽑은 시민 탓
유권자들 '역사의 교훈' 삼아야
한상율 전 국세청장 인터뷰
'아테네에 길을 묻다' 책을 출간한 한상율 전 국세청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단독 인터뷰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고대 그리스 아테네와 대한민국, 스파르타와 북한은 쌍둥이처럼 닮은꼴입니다. 아테네는 찬란한 문명과 개방적인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룬 반면, 스파르타는 경제는 물론 가족까지 내팽개치고 오로지 전쟁에만 매달린 군국주의 국가였습니다. 그런 아테네가 스파르타에게 패망했다는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아테네에 길을 묻다'라는 책을 펴낸 한상율 전 국세청장은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면서 "군사적으로도 막강했던 아테네가 멸망한 것은 포퓰리즘, 편가르기, 선동정치가 만연했기 때문"이라며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망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내재하는 세 가지 문제로 인해 자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이 북한에 망하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아테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테네에 길을 묻다'라는 책을 출간하셨는데, 국세청에서 일하셨던 분이 이런 역사책을 내셨다고 하니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봐도 좀 엉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팬데믹 때 시간이나 때우려고 시작한 그리스 아테네 공부가 5년이나 나를 허우적대도록 만들지는 몰랐다. 그리스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운 단어를 그대로 쓴다면 아테네 역사는 'Something Imponderable(헤아릴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에게 '내가 무엇을 공부하였고,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리라'는 각오로 책을 집필하게 됐다."
-아테네 역사가 무엇이 그리 특별하다는 것인가.

"아테네 역사 공부를 한 지 3년쯤 지났을 때 무엇인가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에게도 적용된 모양이다.

첫째는 아테네와 대한민국이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종묘 정전은 파르테논 신전과 닮은꼴이다. '단순함의 절제미'라는 점에서 두 건물은 쌍벽을 이룬다. 내가 아니라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라 일컬어지는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지적한 대목이다.

둘째는 아테네가 멸망할 때 벌어졌던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찬란한 문명의 아테네가 문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군국주의 군사국가 스파르타에 망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에게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테네는 왜 겁도 없이 수백, 수천 배 크기의 페르시아에 대항해서 싸웠을까? 아테네는 어떻게 거대제국 페르시아를 물리쳤을까? 그런 아테네가 왜 스파르타에 망했을까?

세계의 저명대학들이 유튜브 등으로 공개한 역사강의를 훑은 결과 아테네의 멸망 뒤에는 포퓰리즘, 편가르기, 선동정치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이 삼위일조(三位一組)가 되어 아테네 시민들을 중우정치에 빠뜨렸고 결국 자멸의 길로 이끌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를 넘어 '역사란 무엇인가'에 조금씩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

"흔히 역사가 딱딱하다고 하는 것은 자칭 역사가라는 사람들의 기술이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인 그리스 역사는 우리들에게 단지 먼 옛날, 먼 나라의 까마득한 얘기가 되고 만다. 이런 역사는 재미가 없고, 독자들에게 어떤 감흥도 줄 수 없다. E. H. Carr가 말했듯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여야 한다. 역사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역사가의 상호 작용의 결과다. 역사가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우리는 그것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를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테네 역사가 주는 현대적 의미를 하나만 들려주신다면.

"아테네 시민들은 공정한 재판을 위하여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배심원 추첨기'를 발명해 사용했고, 배심원들은 아는 사람의 옆자리에 앉지도 못하게 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담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2500년 전 아테네 시민들이 답해주었다. '재판은 공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한 것으로 보여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제게 물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냐고? 왜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공정함이 생명인 법정을 비난하느냐고 말이다. 이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반면교사이자 타산지석의 교훈이다."

-'역사는 반복된다(History repeats itself)'라는 말을 예로 들면서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망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북한에게 망할 수도 있다는 투의 언급을 하셨는데 너무 지나친 논리의 비약 아닐까.

"역사는 예언이 아니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물리법칙처럼 기계적인 반복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한 경구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테네가 스파르타에게 망할 때 페르시아라는 검은 그림자가 뒤에서 어른거렸던 것처럼, 북한의 등 뒤에는 러시아라는 붉은 곰이 어른거리고 있다. 또 중국이라는 존재도 있다. 우리가 충분히 경계해야 할 역사적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현 대표가 다시 대표가 될 것 같고요. 국민의힘은 누가 당 대표가 될 것 같나?

"글쎄. 내가 답변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아테네의 번영과 패망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바람직한 지도자와 그렇지 못한 지도자는 구분될 수 있을 것 같다. 아테네의 번영을 이끌었던 지도자들은 '너 자신을 알라, 매사에 지나치지 말라(Know Thyself, Nothing in Excess)'라는 델피의 격언에 따라 중용, 관용, 절제, 인내로 나라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들은 시민들 위에 군림하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아무런 특권도 인정되지 않았고, 심지어 전쟁터에 나갈 때에도 스스로 그 비용을 부담하고 일반 병사들과 똑같이 전투 대열에 섞여 함께 싸웠다.

반면 아테네를 패망으로 이끈 사람들은 하나같이 선동가였다. 이들은 너무 과격하거나 때론 너무 소심했고, 절제를 몰랐다. 이렇게 보면 선동가나 특권의식에 젖어 시민들 위에 군림하려드는 지도자가 아니라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들을 동료로 생각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대목은 아테네를 패망으로 이끈 선동가를 지도자로 뽑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아테네 시민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30년 가까이 선동가들의 선동에 개처럼 끌려 다니다 결국 합리적 이성을 상실하고 감정에 이끌려 중우정치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지난 4·10 총선결과를 볼 때, 우리 유권자들이 꼭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설진훈 논설위원
논설심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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