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한계 속 국내 정책 변화·중동 정세·핵협상 긍정적 영향 기대
투표율 49.8%, 1차보다 9%p 이상 높아...청년·여성층 표심 결집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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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과는 신정(神政)체제인 이란에서 대통령이 비록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이은 제2인자이긴 하지만, 국내 정책과 중동 정세 및 이란 핵협상 등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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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49.8%, 1차보다 9%포인트 이상 높아...청년·여성층 표심 결집 가능성
6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내무부와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 개표가 잠정 완료된 결과, 페제시키안 후보가 1638만4403표(54.8%)를 얻어 당선됐다. 맞대결한 강경 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59) 후보는 1353만8179표(45.2%)를 득표했다.
투표에는 3053만157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49.8%였다. 지난 8일 실시된 1차 투표 때 40.3%보다 9%포인트 이상 높고, 직전 2021년 대선 48.8%보다 1%포인트 높은 투표율로 개혁을 바라는 젊은 층과 여성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해 페제시키안 후보의 당선을 끌어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선거전 내내 히잡 단속을 완화하겠다며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불만이 누적된 청년·여성층
표심에 호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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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63) 후보가 잘릴리 후보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면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치러지는 결선투표는 개혁파-보수파 일대일 구도가 형성됐었다.
이번 선거는 2021년 취임한 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불의의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지며 갑자기 치러졌으며 이란에 3년 만에 다시 개혁 성향 행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새 대통령의 임기와 관련, 라이시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 1년이 아닌 온전한 임기인 4년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에 따라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2028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 국민 여러분, 선거는 끝났고, 이는 우리 협력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한 뒤 "여러분의 동지애·공감·신뢰가 없으면 앞으로의 어려운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내가 여러분에게 손을 내밀며 이 길에 여러분을 홀로 남겨두지 않겠다고 내 명예를 걸고 맹세한다. 날 혼자 내버려 두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그는 국영 IRIB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이에게 우정의 손길을 뻗겠다"며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잘릴리 후보는 개표 결과가 나오자 엑스에 "나는 당선인이 강력하게 전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돕겠다"고 적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날 공식 홈페이지 성명에서 "나는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신을 신뢰하고, 순교자 라이시의 길을 이어받아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국가의 많은 역량, 특히 젊고 혁명적인 충실한 인적 자원을 통해 밝은 지평을 기대하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에 의료병으로 참전했으며 2001∼2005년 온건·개혁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보건장관을 지냈고, 5선(16년) 마즐리스(의회) 의원으로 2016년부터 4년간 제1부의장을 맡았다.
그는 경제 제재 완화를 통해 민생고를 해결해야 한다며 핵합의 복원과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으로 다른 보수 후보들과 차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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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대통령, 최고지도자·혁명수비대 주도 안보·군사 문제 영향력 거의 없어"
미 국무부 "최고지도자 정책 결정 이란 방향 근본적인 변화 기대치 않아"
이에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페제시키안 정부 출범으로 이란 국내 및 대외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가 분석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대선 결선투표에서 국내 온건 정책과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한 개혁주의 후보가 강경파 경쟁자를 상대로 승리했다"며 네이더 하셰미 미국 조지워싱턴 교수가 "과거의 모든 한계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개혁 성향의 대통령이 이슬람 공화국의 권위주의에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개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많은 이란인이 수많은 시위를 통해 이슬람 공화국 통치 종식을 촉구해왔다"며 2022년 '히잡 시위' 따는 많은 참가자가 "보수주의자·개혁주의자의 게임은 끝났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이란 경제와 지난 10년간 반복적인 시위를 통해 점점 더 많은 불만을 표출하는 국민을 관리하는 이란 정치의 위험한 무대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그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대기로 국제 제재를 해제하는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고, 여성에게 히잡을 강요하는 이란의 혐오스러운 도덕 경찰을 통제하며 인터넷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WSJ은 "이란 대통령이 경제 정책을 감독하고, 외교부터 전략 석유 산업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주요 의사 결정권자를 포함한 내각을 임명하지만, 정책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최고지도자와 의회에 의해 결정이 저지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강경파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주도하는 안보 및 군사 문제에 거의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가 이란의 대(對)미국 대결적 접근 방식과 중동 전역의 무장세력에 대한 지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이슬람혁명 후 여성과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는 후보는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이란 정부의 승인을 받아 출마했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이란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지 않아 상당수의 이란인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번 선가가 이란의 방향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거나, 이란 국민의 인권을 더 존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이어 "후보들 스스로 말했듯이 이란의 정책은 최고지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국무부는 외교가 미국의 이익을 증진할 때 이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