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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칼럼] OECD 회원국 연금 전문가가 평가한 한국의 연금개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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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7. 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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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연금연구회 주최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칼럼에서는 제18차 OECD 연금전문가 회의 참석자 중 노르웨이, 호주, 일본 전문가의 평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노르웨이 통계청 소속의 헤르만 크루제(Herman Kruse) 박사는 공무원 신분으로 노르웨이 연금제도의 재정추계를 담당해 왔다. 노르웨이는 2011년 개혁으로 연금제도 지속 가능성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가 도입되어서다.

노르웨이는 자신의 소득세에서 연금 재원을 조달한다. 총 근로소득 기준으로 18.1%의 소득세가 근로자 연금계정에 적립된다. 정부가 개인계좌에 적립금 형태로 보관하며, 연금을 청구하면 사망시점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18.1%를 부담하는 노르웨이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42%다. 우리 두 배 넘게 부담하면서도, 우리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지급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연금지급이 법적으로 완전히 보장되어있지는 않다고 했다. 적립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수조정 규정의 변경 등이 개인의 연금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라고 했다. 단, 거의 보장되는 쪽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주목할 대목은 정치적 반발이 없이 연금개혁을 해왔다는 점이다. 연금개혁이 장기에 걸친 문제라는 점을 정치인이 폭넓게 이해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야당이면서도 여당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서 연금문제를 다루다 보니, 국민이 좋아하지 않는 개혁이 가능했다고 한다. 투명하게 연금개혁 논의과정을 운영하고, 중립 성향 전문가의 견해를 들으면서 정치적 해결책을 찾다 보니 큰 규모의 개혁도 쉽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점이 한국에 보여줄 수 있는 교훈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제대로 된 연금개혁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연금제도가 지속 불가능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소득대체율은 40%인데, 기여율이 9%에 불과해서라고 한다. 약속한 연금 지급액이 개인의 기여액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여율을 더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며,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기여율을 훨씬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공무원 신분으로 신중하게 발언했음에도, 한국 연금제도가 지속 불가능함을 확신한다고 하면서, 보험료는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대학의 조지 쿠드르나(George Kudrna) 박사는 호주의 유일한 공적연금인 기초연금(Age Pension)과 노인 빈곤율과 관련된 시사점을 언급했다. 최대 연금액이 평균소득의 약 30%인 호주 기초연금은 정부 일반 재정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연금 수급조건을 충족했어도 약 25%는 자산조사로 인해 수급자격을 박탈당한다고 했다. 현재 GDP 대비 3% 미만인 기초연금 지출액이, 인구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2%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잘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호주 기업연금(Superannuation)으로부터 받을 연금액에 대한 연금조사 덕분이라고 했다. 기업연금이 잘 운영되다 보니 공적연금 지출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2060년 이후에 호주 유일의 공적연금인 기초연금 지출액이 GDP 대비 2%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고 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모든 공적연금은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액 세금으로 재원이 조달되는 기초연금 지출이 장기적으로 GDP 대비 3.2%로 예상되다 보니 호주와 크게 대비된다.

호주 역시 순소득 기준의 노인 빈곤율은 매우 높다고 했다. 그런데 자가 주택(비용 및 추정 임대료 포함)을 고려하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10%로 크게 하락한다고 했다. 그 지표를 이번에 직접 발표했다. 호주 쿠드르나 박사의 이 발표 내용은, 가처분소득 기준의 노인 빈곤율은 매우 높으나, 노인의 부동산 보유 비중이 높은 한국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직면한 높은 노인 빈곤율 문제는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수준의 기초연금액을 지급함으로써 해결하는 방안을 권고하였다. 즉 지금보다 더 잘 조준된 선별적인 기초연금 운영을, 노인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으로 보는 것이다.

일본 리쓰메이칸(Ritsumeikan) 대학의 마사토 시즈메(Masato Shizume) 교수는 2004년 개혁이 장기적으로 초래할, 지속적인 연금액 하락을 방지하려는 일본 정부의 연금개혁 전략을 강조했다. 과거의 확정급여(DG) 방식이 2004년 개혁을 통해 확정기여(DC)형으로 전환되면서, 평균수명 증가 등 사회·경제여건을 반영할 경우 연금액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이다. 지금 예상되는 것보다 더 많은 연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인기는 없으나 부담을 더 늘리는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염두에 둔 2025년 개혁에서 기초연금 혜택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담 증가가 필요하다. 마사토 교수는, 우리와 달리 보험료 납부를 전제로 연금을 받는 일본 기초연금의 납부기간을 현행 40년에서 45년으로 5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18.3% 보험료를 부담하면서도 소득대체율은 50%(1가구에 속한 2인 기준)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어 1인 기준의 소득대체율이 우리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국민연금으로 불리는 기초연금(공적 소득비례연금인 후생연금은 별도)은 소요재원의 절반을 정부 재정으로, 나머지 절반은 가입자 보험료 부담으로 조달한다. 확정기여형으로 전환되면서 최저소득보장 기능이 약화되다 보니,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가입기간을 5년 더 늘리는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려 하는 것이다.

마사토 교수는 노인 70%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국 기초연금의 개혁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은 기초연금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적 소득비례연금에 주택비용 등을 보충해 주는 보조조항이 포함된 스웨덴의 최저보장연금제도, 아니면 자산조사가 적용되는 호주의 기초연금(age pension)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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