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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칼럼] 패륜적 막말, 팬덤 정치의 예정된 돌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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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8. 18. 17:53

고성국 주필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김건희가 살인자다." "김건희·윤석열이 죽였다." 지난 14일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서 터져 나온 막장 막말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 패륜적 막말에 대해 대통령실은 즉각 민주당 차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108명 의원 전원의 명의로 국회에 전현희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전현희 의원이 막말 승부수로 던진 의도적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 막장 막말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을 보면 이 막말을 다급해진 전현희 의원의 개인적 언론플레이로 치부하긴 어렵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힘 송석준 의원이 발언하던 전현희 의원을 향해 '본인부터 반성하세요. 그분의 죽음에 본인은 죄가 없어요?' 라고 소리쳤다며 막말 더티플레이로 동료의원을 모욕한 송석준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전현희 의원 제명 추진에 송석준 의원 '맞제명'으로 대응한 것이다. 전현희 의원의 발언이 잘못된 게 없고, 전현희 의원의 정당한 발언을 방해한 송석준 의원이 잘못됐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민주당이 그동안 보여 온 '내로남불'과 '적반하장'의 뻔뻔함이 몇몇 정치인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의 DNA로 자리 잡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아무리 면책특권이 보장된 국회라고는 하지만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 배우자를 향해 살인자라 소리친 패륜적 막말까지 국회의원의 정당한 의정 활동으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야당 국회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면책특권의 입법취지가 훼손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국회의원의 200여 가지 특권 중 특히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의 폐지가 공론의 장에 떠오른 것 아니겠는가.
만약 패륜적 막말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DNA로 이미 자리 잡았고 극렬한 팬덤 정치가 기승을 떨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리고 더 심한 막말, 더 패륜적인 막말이 팬덤의 지지를 더 받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구축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민주당과 야권의 자정능력에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 진단을 냉엄하게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것은 시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강력한 팬덤층과 확증편향을 확대 재생산하는 적대적 진영 논리가 작동하는 현 정치구도를 근원적으로 혁파하지 않고서는 이 같은 패륜적 막말 파동은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

팬덤을 거느린 이재명 대표나 한동훈 대표가 팬덤을 제어하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패륜 막말 증오의 정치를 협치와 상생과 통합의 정치로 돌려세울 지도력과 정치력을 갖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필자는 이 두 사람이 그러한 정치력과 지도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이들은 팬덤 정치에 편승하기는 하지만 팬덤 정치를 제어하고 통제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제어와 통제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다.

한 발짝만 떨어져 있으면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이들이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이미 팬덤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고 팬덤 정치의 정점에 올라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에게 팬덤은 경계해야 할 잠재적 위험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자 힘의 원천일 것이다. 이들은 이재명과 한동훈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무자비하고 저돌적인 팬덤이 있기에 반대자와 경쟁자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겠는가.

전현희 의원의 패륜적 막말은 이 같은 팬덤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적당한 때를 만나 분출된 예정된 막말사태다. 이렇게 가면 한국정치는 진흙탕 뻘밭으로 곤두박질치고 정치판은 황폐화되며 여야 정치권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팬덤에 장악당하고 정치담론이 패륜적 막말로 오염되면 정치는 극단적 대결로 가지 않을 수 없고 국민은 그런 정치를 외면할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심각한 정치 부재와 자폭적 갈등상황은 정치적 권위의 실종을 가져올 것이며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올 것이 분명한바 이 같은 사태를 가장 즐거워할 집단이 북한 김정은과 종북주사파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 갈등이 증폭된 결과 정치부재, 권위부재와 정치무관심, 정치허무주의가 판치면 그 정치적 혼란상, 정치적 아노미 상황을 체제전복의 호기로 삼아 행동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오래된 대남적화전략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듯 패륜적 막말은 자신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를 공멸로 몰아넣고 끝내 체제 전복의 위기를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섬뜩한 자폭적 자해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춰 세울 진정한 리더십은 어디 있는가? 국민은 바로 그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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