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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전쟁' 끝나나했는데 히트플레이션 상륙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56(2020년 수준 100)로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상승세를 타다 지난 6월 꺾였는데, 한 달만에 다시 반등한 것이다.
지난달 폭우와 폭염까지 겹치며 농림수산품 물가가 치솟은 영향이 작용했다.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농산물(1.5%), 수산물(2.2%), 축산물(0.4%) 등이 모두 올라 전월대비 1.6%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추(171.4%)와 오이(98.8%)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생산자물가가 최소 1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장바구니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이달에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상고온으로 인한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과실 등은 올해 출하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안정될 수 있겠으나 8월 폭염이나 태풍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물가 못 잡으면 '정치권 칼바람' 견뎌야
이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묶어두며 1년 넘게 벌여온 '물가와의 전쟁'을 끝내기도 전에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적 외풍도 무시할 수 없다. 제아무리 경제가 살아나도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 국민들의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정치권 압력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신세에 놓이게 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8~10월 물가는 기저효과 영향이 크게 나타나면서 10월에는 물가상승률이 2%를 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고,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 요인들이 일부 남아 있지만, 물가 둔화 흐름은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집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2021년 수준'으로 뛰고 있고, 가계부채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들어서려는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금리 하락→대출 증가→부동산 폭등'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기업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는 두 달째 악화됐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2.5로, 전월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전산업 CBSI는 6월 95.7을 기록한 뒤 7월(95.1)을 거쳐 두 달째 하락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이번 조사에서 글로벌 위험 요인이 한꺼번에 나타난 것이 지수에 반영됐다"면서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대선 관련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