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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왕국’ 인텔 어쩌다…퀄컴서 인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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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극 기자

승인 : 2024. 09. 22. 11:53

모바일·AI 칩 등장에 대비 못해
반독점 규제 등으로 타결 불확실
INTEL-DIRECTOR/
팻 겔싱어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반도체 설계·제조 분야에서 수십년간 세계 최고였던 미국의 인텔이 인공지능(AI) 칩 등장을 예측 못하고 경쟁에서 밀리면서 칩 경쟁사로부터 인수제안을 받는 초라한 위치로 추락했다.

월스트리저널(WSJ) 등 외신은 퀄컴이 인텔에 인수를 타진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텔이 인수합병 제안에 응하더라도 반독점 규제와 다른 이유들로 인해 퀄컴의 인수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퀄컴의 인텔 인수는 몇 년 전만해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텔은 수십년간 세계최고의 반도체 회사였고, 인텔이 제조한 중앙처리장치(CPU)는 거의 모든 PC와 서버에서 사용하는 만능칩이었다. 칩 설계와 제조 두 분야에서 세계 톱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반도체 수요 급증과 인공지능(AI) 칩 등장을 예견 못하고 이에 대비하는 전략적 판단에 실패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안젤로 지노 CFRA 리서치 분석가는 "지난 2~3년간 AI 칩으로의 전환은 인텔의 관에 못을 박는 격이었다"며 "인텔이 적절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만약 퀄컴의 인텔 인수가 성사되면 마이크로소프(MS)가 블리자드 게임 제작업체 액티비전을 690억 달러(약 92조원)에 인수한 거래를 뛰어넘는 역사상 최고 테크 기업 거래가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했다. 인텔의 뉴욕증시 시가총액은 퀄컴의 인수타진 보도로 8% 뛰어 930억 달러 (약 124조원·20일 기준)가 됐다.

인텔은 지난 8월 재앙에 가까운 분기 실적 보고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의 1만5000명 구조조정 계획 발표 이후 시가총액이 거의 300억 달러(약 40조원) 가까이 폭락했다.

올해 인텔 주가는 50% 떨어져 적대적 인수합병에도 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인텔은 골드만 삭스·모건 스탠리와 함께 퀄컴의 인수타진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과 달리 퀄컴은 직접 칩을 생산하지 않고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퀄컴의 시가총액은 1880억 달러(약 251조원)다.

퀄컴이 인텔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인수 과정에서 자산을 매각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 거래는 강도 높은 반독점 심사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망했다.

겔싱어 CEO는 실적부진으로 위기를 맞은 인텔의 재도약을 위해 2021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재진출했다. 인텔은 대만의 TSMC에 이어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뒤 지난해 1.8나노 칩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선두주자인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3나노보다 훨씬 앞서 처음으로 1나노대 반도체 생산에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에서 사운을 걸고 추진 중인 1.8 나노(18A) 최첨단 칩 공정이 브로드컴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로드컴은 지난 달 인텔로부터 웨이퍼(칩이 인쇄된 디스크)를 넘겨받아 엔지니어들이 테스트한 결과 제조공정이 아직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효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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