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앞 안 보이는 中 경제, 대국굴기 위기 직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har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2401001322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9. 24. 14:49

中 빠르면 2035년 미국 추월 야심
그러나 대국굴기 청사진 흔들
온갖 악재 단기간 내 해결 불능
clip20240924144753
중국 경제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국굴기 슬로건을 통해 미국을 능가할 G1이 되겠다는 야심이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신징바오.
요즘 미국에 이은 G2 국가 중국의 경제가 영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향후 전망이 캄캄할 정도라고 단언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자국에 대한 프라이드가 유독 강한 MZ 세대들조차 "이러다가는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을 뒤따라가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우려하는 것은 아무래도 괜한 게 아닌 듯하다.

중국 경제가 정말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한지 알기 위해 굳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지난 수년 동안의 각종 경제 현상만 살펴봐도 좋다. 우선 도무지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거의 만성적인 16∼24세 청년들의 실업 현실을 꼽을 수 있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매체들이 최근 국가통계국의 발표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8월에도 이들의 실업률이 무려 18.8%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달에 비해 1.7%P나 상승했다.

최근 취업과 관련해 기가 막힌 논란을 불러일으킨 케이스를 하나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때는 지난 14일이었다.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시 시민인 24세의 리(李) 모씨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계약직 잡역부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난징(南京)항공우주대학 부속 쑤저우고교가 딱 한명만 채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비록 물리학 석사 과정 수료 예정인 인재였으나 망설이지 않고 즉각 이력서를 보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문제는 리 모씨가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한 베이징대학 물리학과 출신의 석사 학위자라는 이후의 언론 보도가 아니었나 보인다. 당연히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과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베이징대학이 우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23일 언론을 통해 "두 리씨는 동명이인이다. 본교 출신은 계속 공부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나 젊은이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는 존종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쑤저우고교 역시 "알고 보니 리씨는 석사 학위를 받지는 않았다. 석사 과정 수료 예정자"라고 발표하면서 파문을 최소화하려는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청년 실업 현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와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중국이 직면한 청년 실업의 현실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해프닝이 아니었나 보인다.
내수 침체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만 해도 중국에는 후이진쭈(揮金族·돈을 물 쓰듯 뿌리는 이들)나 웨광쭈(月光族·월급을 바로 다 쓰는 이들)라는 은어들이 유행한 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표적 과소비 그룹인 이들을 거의 찾아볼 길이 없다.

대신 커우커우쭈(짠돌이족)는 전 대륙에 그야말로 지천으로 널려 있다. 가격이 고작 5 위안(元·950 원) 전후인 이른바 충구이타오찬(窮鬼套餐·거지 세트)이 전국의 많은 고급 음식점에서까지 대유행을 하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이 세계 최고, 최대의 명품 시장이라는 위상을 거의 잃어버려가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내수 시장이 완전히 빈사 상태에서 헤맨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한때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담당했던 부동산 산업이 거의 폭망한 현실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무려 수십 년 동안이나 엄청난 효자 노릇을 한 산업이 이제는 완전 애물단지가 돼 있다고 해도 좋다. 거품이 꺼지면서 집값이 대폭락한 현실을 사례로 들면 알기 쉽다. 주머니의 용돈 정도로 구입이 가능한 바이차이자(白菜價·배춧값) 주택이 전국 100여 개 도시에 대거 산재해 있는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비극이 돼 있다. 더구나 당분간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외에도 중국 경제를 옥죄는 부정적 현상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예컨대 천문학적 규모로 알려진 지방 정부들의 부채를 비롯해 정부 당국의 지속적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와 압박,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치러야 하는 힘겨운 무역전쟁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평소 낙관적 입장을 견지하는 중국 경제 당국자들도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지 못하는 난제들이라고 해야 한다.

경제는 사람의 몸과 비슷하다.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어도 휘청거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 경제는 여러 곳이 곪아 있다. 그것도 바로 직접적인 상호 악영향을 미칠 분야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동시다발로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대부분이 상당 기간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 당국의 목표인 5% 안팎의 성장률 달성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내년에는 1∼2% 수준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세계적 싱크탱크들에서 나오는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다.

중국은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35년까지 경제 총량에서 미국을 앞서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또 2049년에는 질적으로도 G1이 되겠다는 목표도 내걸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가능성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