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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떨어진 게 맞나요”…체감 어려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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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4. 09. 24. 15:27

소비자물가 2%대 안정 찾았지만…폭염 탓 농수산물 ‘급등’
2022년 ‘5.1% 폭등’ 여파로 서민들 체감물가 여전히 높아
장바구니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연합뉴스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오며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의 '장바구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와 수도권 집값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통계로 잡힌 물가지표와 체감물가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란 분석이다.

◇모든 물가지표 '안정세'인데…체감하기까지 시간 필요
24일 정부에 따르면 물가와 관련한 대부분의 지표는 안정화 추세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41(2020년 수준 100)로 전월보다 0.1% 하락했다. 작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는 1.6% 상승해 7월(2.6%) 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0%까지 하락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후 3년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찾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상승률도 2.1%로, 전월(2.2%) 대비 하락했다. 이른바 '밥상 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전월(7.7%)보다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누적된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수준 자체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0.5% 수준이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5%로 무섭게 치솟았다. 올해 2%대 상승률로 안정세를 찾더라도 이미 커져버린 물가부담의 피로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1년 사이 5000원에서 8000원으로 크게 뛰었는데, 이듬해 물가가 안정돼 8500원으로 소폭 오르더라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짜장면 비싸네'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미 누적된 '물가 피로'에 '히트플레이션'까지 더해져
여기에 체감물가에 민감한 농수산물 가격이 뛴 영향도 작용했다. 올해에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일부 농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이 나타나면서 밥상물가를 뒤흔들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3일 기준 배추 1포기의 평균 가격은 9321원으로 평년 가격(6823원)보다 36.6% 뛰었고, 시금치 가격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기획재정부는 기상이변이나 국제 유가 불안 등 추가 변수가 없다면 물가상승률이 2%대 초반에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경임 물가정책과장은 "OECD 주요국 비교하면 우리가 정점이 가장 낮았고, 2% 도달 시기가 상대적으로 빨랐다"며 "주요국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진단도 비슷하다. 이종웅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높은 생활물가는 의식주 소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가구,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이라며 "높은 수준의 생활물가로 인해 대다수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물가가 지표물가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이고, 원달러 환율도 내리고 있어서 수입물가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연말까지 2%초반대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것이고, 내년 물가 상승률은 1%대 후반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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