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軍 출신’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 취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har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0010010808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10. 20. 15:45

INDONESIA-POLITICS-INAUGURATION <YONHAP NO-5367> (AFP)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일 인도네시아 제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조코 위도도(왼쪽) 전임 대통령이 프라보워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AFP 연합뉴스
10년간 집권하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퇴임하고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20일 제8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취임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의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8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한국 정부 대표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미국·중국·러시아·호주 등 40여개국에서 온 정상과 고위급 대표들도 자리했다.

대통령 선서를 마친 그는 "나를 뽑지 않은 유권자를 포함해 모든 인도네시아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정부패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우리 국민과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많은 국민이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있고, 많은 학교가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모든 아동과 임산부 등 8300만명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식에서 나온 지적은 이 공약과 연계된 발언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해당 공약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것이라 밝혔는데, 8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할 경우 연간 약 280억 달러(약 38조3000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무상급식 사업으로 세계은행(WB)과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인도네시아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951년생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대대로 정부 고위직을 지낸 엘리트 가문 출신이다. 1970년 인도네시아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엘리트 코스'였던 군인이 됐고,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강경 진압하며 당시 철권 독재 통치하던 수하르토 대통령의 눈에 들어 그의 딸과 결혼(이후 이혼)까지 했다.

수하르토의 오른팔이던 프라보워는 군 요직을 맡아왔다. 그 과정에서 파푸아와 동티모르 등지의 반정부 세력을 학살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아 1998년 불명예 제대했지만 기소되지는 않았다.

해외 망명생활을 하던 그는 2000년대 초 귀국해 사업가로 변모했고 이후 정치에 뛰어들어 2008년 그린드라당을 창당했다. 2014년과 2019년 대선에 나선 프라보워는 조코위 전 대통령에게 번번히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2019년 대선 이후 조코위 정부에 국방부 장관으로 합류했고, 지난 2월 대선에서는 조코위 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해 3번째 도전 만에 당선됐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 출신인 조코위 전 대통령은 소탈한 이미지와 정치·군인 출신이 아닌 첫 문민 대통령이란 점에서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상징이 됐지만 임기 말 프라보워와 결탁한 '정치왕조화' 움직임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정당 대신 장남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프라보워에게 암묵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처남이 이끄는 헌법재판소는 대선 출마 연령 규정까지 바꿔가며 기브란에게 부통령 출마 길을 열어줬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조코위 대통령 차남인 카에상 팡아릅의 주지사 출마를 위해 선거법상 연령 제한 규정을 바꾸려했지만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거센 시위에 부딪혀 무산됐다. 부채 척결의 상징이던 부패방지위원회(KPK)도 조코위에게 반기를 드는 정치인을 위협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퇴임하고 프라보워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문제는 조코위 전 대통령이 계속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지 여부다. 이미 인도네시아의 대표 정당 중 하나인 골카르당 총재에는 조코위 대통령의 최측근이 앉아 그가 당권 장악에 나선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등에 업고 차기 정부에서 상왕처럼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며 "장남인 기브란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