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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선고 앞둔 이재명의 언론 재갈 물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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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0. 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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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객원논설위원
곧 닥칠 11월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잔인한 달이다. 구형 2년과 3년을 각각 받은 선거법 위반(15일), 위증교사(25일) 1심 선고가 나온다. 다음 대선에 못 나올 수도 있는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되면 야당 안에서 '손절론'이 퍼질 수 있다. 이 대표로선 무조건 버텨야 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1, 2심 법원의 솜방망이 선고를 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미룬 뒤 대권을 잡는 길이 유일한 탈출구다. 그러나 곳곳에 지뢰밭이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신속 재판'이 화두가 됐다. 수원지법에서 심리가 시작된 대북송금 사건은 공범(이화영)에게 중형을 선고했던 재판장(신진우)을 피하려고 두 번이나 재판부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피고인인 4건의 재판에서 공소 유지에 힘쓰며 무거운 구형을 때리기 시작했다. 또 이 대표가 피의자인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다른 사건 수사도 속도를 낸다. 이 상황에서 언론은 11월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가 재판 중인 7개 사건 11개 혐의 모두가 검찰의 조작이라고 주장해 왔으므로 법원 판결을 기다린다. 비록 1심이지만 유죄 판결이 나면 정치검찰의 탄압을 외쳐온 이 대표는 언론의 집중 비판에 직면한다.

결국 11월에 법원, 검찰, 언론발 3각 쓰나미에 갇힐 가능성이 높아진 이 대표와 민주당은 '맞춤형 대응'에 나섰다. 법원은 회유하고 검찰은 겁박한다. 언론 대응은 재갈 물리기를 택했다. 신진우 부장 판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9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했을 때 꺼낸 카드가 '법 왜곡죄'였다. 애초 판사를 겨냥했으나 1심 선고 날짜가 결정되자 처벌 대상에서 판사를 빼고 검찰 등 수사기관만 집어넣었다. 법원의 숙원 사업이지만 그간 반대해 왔던 법관 임용 기준 완화 법안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반면 검찰에 대해선 검사 탄핵안 연속 발의에 이어 검찰의 '빅2'인 검찰총장(심우정), 서울중앙지검장(이창수)도 대상에 포함했다. 명분은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사건 불기소 처분이나 실제론 검찰 조직을 위축시키기 위한 강공책이다. 불기소 결정에 김민석 최고위원은 "검찰은 김건희의 개"라고 극언한 뒤 두 사람을 콕 찍어 탄핵을 위협했다. 심우정-이창수 라인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이 대표에게 3년, 2년 징역형을 내리겠다고 보고하자 이를 재가했다. 직전 이원석 검찰총장-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라인이었으면 구형량이 가벼웠을 거란 말도 나온다. 심우정-이창수 라인이 야당의 공적으로 찍힌 셈이다. 예산 국회가 시작되면 검찰의 특수활동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벼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검찰의 돈줄을 말리겠다는 건데, 이 경우 대공, 마약 수사 등에 차질을 빚게 되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판사를 회유하고 검사를 겁박하는 상황은 언론이 지켜보고 있다. 지금은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논조가 엇갈리기도 하나 법원의 유죄 선고가 시작되면 일제히 이 대표를 도마 위에 올릴 게 분명하다. 언론의 집중 비판은 여론이 되어 야권뿐 아니라 민심도 이 대표를 외면하도록 만드는 도화선이다. 이에 민주당은 언론 길들이기에도 나섰다. 이 대표는 6월에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되자 선거법 재판에 출석한 자리에서 "검찰의 애완견처럼 왜곡 조작한다"라고 언론을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그런데 최근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자료를 보면 이는 말로만 위협하는 게 아니라 취재 기자를 위축시키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었다.

민주당은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언론중재위원회에 124건을 무더기 제소했다. 이틀에 한 건꼴이고, 민주당이 지난 5년간 제소한 전체 건수의 90%에 해당한다. 이 중 46건(37%)은 이 대표와 관련한 기사다. 그런데 전체 제소 건수 가운데 81건(65%)은 기각 또는 취하 조치로 끝났다. '너! 제소' 식으로 무차별이었다는 증거다. 필자도 현역 기자 때 중재위 제소를 몇 차례 당한 적이 있다. 내가 쓴 기사가 사실에 기초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자료를 다시 찾고, 문건을 만들어 중재위에 출석하느라 번거로움을 느낀 기억이 있다. 제소를 당한 자체로 회사에서도 소속 기자가 뭔가 잘못이 있는 듯한 시선을 보내므로 부담이 된다. 제소자와 관련한 기사를 또 쓸 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걸 노린 제소다. 최근 민주당은 그들에 비판적인 시사평론가, 유튜브 매체에 대한 고발 횟수도 늘렸다고 한다. 중재위 제소와 같은 효과를 노린 걸로 보인다.

1심 선고를 앞둔 판사 회유, 검찰 겁박, 언론 재갈 물리기는 그만큼 이 대표가 떳떳하지 못함을 방증한다. 따라서 그런 시도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 언론 정신이 개인의 방탄 목적에 휘둘릴 만큼 허술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건이 조작됐다고 생각하면 법원에 빨리 판결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언론에 사실을 취재해서 보도해 달라고 자료를 제공하는 게 맞다. 정반대의 대응을 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행태를 보일지 뻔하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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