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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만취 상태서 타워크레인 조종...대법 “음주운전으로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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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승인 : 2024. 11. 17. 12:00

면허취소 수준 상태서 타워크레인 조종
檢, 음주운전 혐의 적용했으나 法 제척
법조계 "대형사고 가능성…처벌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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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로 공사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을 조종한 기사를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A씨에게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경기 군포시 일대 공사 현장에서 약 2시간 30분 동안 음주 상태로 타워크레인을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0.275%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0.08%의 3배가 넘는 만취 상태였다. A씨는 지난 2020년 음주운전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2022년 1월 가석방된 바 있다.

검찰은 A씨에게 음주운전과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형사소송법상 하나의 혐의에 두 개 이상의 범죄를 적용할 수 없어 음주운전과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중 더 높은 형량이 나온 쪽이 적용되는데, A씨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더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검찰은 타워크레인이 도로교통법상 '자동차 등'에 해당해 이를 조종하는 행위도 '운전'으로 보고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타워크레인이 공사현장에 고정된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상하좌우로 이동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스스로 이동하는 기능은 갖고 있지 않은 건설기계"라며 "해당 타워크레인이 설치된 공사현장에는 도로 또는 다수의 사람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음주 상태에서 타워크레인을 조종했더라도 발진기능을 갖고 있지 않아 도로교통법 제1조가 규정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발생하거나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이 판결에 불복했으나 2심과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음주상태서 타워크레인을 몰다간 더 큰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입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 농도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건설기계관리법 위반의 경우 법정형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그치는 실정이다.

윤원섭 법무법인 율원 변호사는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아무리 못된 일을 했더라도 조문에 명백하게 규정된 내용에 해당할 때만 적용을 할 수 있고, 유추 해석을 할 수 없다"며 "결국 입법 공백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도 "'음주조종'이 음주운전 못지않게 위험성이 큰 경우도 많은 점을 고려하면 건설기계관리법 위반의 법정형을 높이는 입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 및 처벌 수위가 높아진 만큼 대상 차종이나 행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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