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난항, 유럽 시장 위축 문제 해결책 안돼
미·EU 관세전쟁시, 독일 자동차 최대 피해
2000년대 초 노사 대타협 재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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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내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고, 전체 직원 임금을 10% 삭감하며 약 2만명으로 추정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경영진의 계획을 철회하는 조건이다. 폭스바겐이 독일에서 공장을 폐쇄하게 되면 제2차 세계대전 발발 2년 전인 1937년 창사 이후 처음이 된다.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사협의회 의장은 이날 독일 내 직원 12만명의 다음 임금 인상분을 지급하는 대신 이 금액을 한시적으로 미래 기금으로 적립해 유연한 근무 시간 단축 재원으로 사용하면 15억유로(2조2100억원)의 인건비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이 보도했다.
15억유로는 2026년까지 두 단계에 걸쳐 총 5.1%의 임금 인상을 규정한 금속 및 전기산업에 대한 가장 최근 예비 계약(Pilotabschluss)이 산정 근거라고 한델스블라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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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뢰거 지부장은 폭스바겐 경영진이 공장 폐쇄를 고집할 경우 독일 공화국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이러한 노조 측의 제안과 경고가 폭스바겐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은 전기차 전환 난항, 유럽의 내수 시장 위축, 중국산 저가 전기차와의 경쟁 격화 등을 이유로 2026년까지 100억유로(14조7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일부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60%의 중국산 외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면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특히 자동차 및 제약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은 노조 측의 주장이 더욱 수용되기 어렵게 한다.
독일경제연구소(GEI)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유럽연합(EU)이 각각 10%의 추가 관세와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4년 동안 독일 국내총생산(GDP)에서 1340억달러(187조3200억원) 이상, 20% 부과시 1900억달러(265조6000억원)의 손실이 각각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 같은 액수는 지난해 독일의 미국 수출액이 1718억달러(248조8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과 EU 간 관세전쟁이 독일 경제, 특히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큰지 가름할 수 있다.
이에 폭스바겐 노사가 2000년대 초와 같은 대타협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폭스바겐 노사는 당시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차량의 생산기지를 임금이 낮은 체코 등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놓고 대립하다가 노조가 동일 임금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수용하면서 타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