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展 열려 오스트리아 국보급 화가 실레·클림트 등 작품 걸려...총 191점 소개
에곤 실레 자화상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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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사진=전혜원 기자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는 1918년 '친구들(원탁)'이라는 작품을 그렸다. 작품 속에서 자신의 멘토였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마주 앉아 있으며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이 그림을 바탕으로 제49회 빈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를 그렸는데, 클림트의 뒷모습이 빈자리로 변했다. 클림트가 1918년 2월 6일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은 실레가 그린 이 포스터로 시작하고 마무리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승미 학예연구사는 개막을 앞두고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실레가 클림트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그의 의자를 빈자리로 묘사했다"면서 "이 포스터는 당시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도전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에곤 실레 포스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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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가 그린 제49회 빈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 /사진=전혜원 기자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모인 명소였다.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는 19세기 중반부터 대도시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페라하우스, 시청, 국회의사당 등이 건립되면서,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이 빈으로 흘러들어왔다.
양 학예연구사는 "1900년대 빈은 세기말의 불안감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던 시기였다"면서 "이번 전시는 빈을 중심으로 자유와 변화를 꿈꿨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중 191점을 가져왔다. 이 가운데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를 장식한 실레의 작품들이다.
1918년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실레는 '세상에서 가장 도발적인 화가'로 불린다. 자아 정체성, 고독, 성적 욕망 등을 그려낸 실레는 인간의 감정과 고뇌에 가장 솔직하게 접근한 예술가로 평가 받는다. 이번 전시에는 실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블타바강 가의 크루마우(작은 마을 IV)', '누워 있는 여인' 등이 걸렸다. 양 학예연구사는 "실레는 끊어질 듯한 선과 색채 등 자신만의 표현법을 개발한 화가"라며 "세계 어디 미술관에서 봐도 그의 작품을 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림트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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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의 '모자를 쓴 여인'. /사진=전혜원 기자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간 '황금의 화가'로 알려진 클림트를 당시 예술가들의 구심점이 돼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가'로 새롭게 조명한다. 클림트를 주축으로 과거의 전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을 하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모임인 '빈 분리파'의 활동을 소개한다. 또한 인물의 성격을 특유의 거친 화법으로 나타내는 오스카 코코슈카의 강렬한 작품들을 비롯해 리하르트 게르스틀, 요제프 호프만, 콜로만 모저 등의 작품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일상적인 물건도 예술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담긴 '비엔나 디자인 공방'을 집중 조명한다. 꽃병, 의자, 테이블 등 공예품 약 60점을 전시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국외에 알리는 동시에 외국의 문화유산을 우리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것 역시 박물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1900년대 빈과 꿈꾸는 예술가들의 진면목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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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 작품들 전시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