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수주로 실적·수주에는 이상 無
"수주 목표 집착해선 안돼" 목소리도
무인선박 개발·신시장 개척 등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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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20%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한국의 4배 수준으로 전체의 7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할 예정입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2022년부터 눈에 띄게 보여왔습니다. 한국 조선사들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2022년 38%, 2023년 24%로 꾸준히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급할 것도, 문제될 것도 없다는 것이 업계 평가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고, 수주 곳간도 두둑히 채웠기 때문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연간 수주 목표(135억달러)의 152.2%를 달성했고, 삼성중공업은 연간 목표액(97억달러)의 70%를 채웠습니다. 수주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는 한화오션도 지난해 실적을 훌쩍 넘었습니다. 즉, 수익성이 높은 알짜 일감만 모아 수주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글로벌 점유율도 그렇지만 이제 업계에서는 수주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입 모아 합니다. 저렴한 배를 잔뜩 만들어 수익성을 떨어뜨릴 바엔 비싼 배를 한두 척 만들더라도 돈 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2010년대 조선업계는 저가 출혈 경쟁으로 바닥을 쳐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과 경쟁 과정에서 무리하게 수주를 늘린 데다, 해양플랜트 계약은 선박 대금의 70%가량을 인도 시점에 받는 헤비테일 방식을 활용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만들었습니다. 2015년 조선 3사는 역대 최대 적자를 봤으며, 3사 연간 영업손실 규모를 합치면 1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연간 수주 목표를 없앨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자칫 목표에만 집중해 방향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도, 기업도 수주 목표를 자주 언급하다 보니 여전히 조선사 직원들이 좋은 배를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앞서 수주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힌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중국 시장이 커지고 있고 이들 역시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이 견제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쌓고 있습니다. 무인 선박, 특수선 등 차세대 선박 개발에 한창이거나, 미국 등 신시장에 진출하는 식입니다.
석유화학, 철강, 배터리 등 온 산업계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외치는 가운데 어쩌면 조선사들은 제일 먼저 깨닫고 그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자칫 점유율만 봐선 경쟁력이 떨어졌나 싶겠지만, 미래 준비에 여념 없이 달리고 있는 것이죠.
양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각 조선사들이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지금, 묵묵히 지켜보면 돈 되는 배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커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