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캐나다産 25%” 트럼프, 관세 재확인…車 업계 대응 ‘분주’

트럼프, 관세 부과 재확인
특정 품목, 보편관세 미정
車 업계, 현지 생산 대응
기아, 가격 조정 등 시나리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들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멕시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아의 단기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가격 조정과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가 2월1일에 시작되느냐'는 질문에 "1일 토요일에 한다"고 답했다.

당초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장 인사 청문회에선 관세 부과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일 시행을 재차 못박은 것이다.

그는 "우리는 이들 국가와 매우 큰 무역적자를 보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이 관세는 시간이 지나며 오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강 등 특정 품목에만 관세를 매길지, 모든 수입품에 적용되는 보편관세를 부과할지 아직 결정되진 않았다.

하지만 관세 부과 시나리오가 점차 구체화되면서 미국과 가까우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에 수출 전진기지를 둔 국내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모든 수입품에 25%의 보편관세가 부과된다면, 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기아의 경우 지난 2016년 준공한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연간 25만대의 차량을 생산 중인데, 이 중 K4 한 차종만 12만대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미래에셋에 따르면 관세 25% 부과가 현실화되고 100% 소비자 전가를 가정하면 기아에는 연간 9000억원 수준의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몬테레이에 공장을 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최종적으로 보편관세 부과 여부까지 결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조감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파고'를 넘는다는 계획이다. 그 중심에는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있다. 이곳에선 연간 30만~35만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하다.

여기에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는 40만대까지 합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100만대 가운데 70~80%까지 현지 생산을 통해 차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자용 IR 담당 부사장은 지난 23일 열린 현대차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시간이 조금 걸릴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생산을 현지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관세 영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기아 멕시코 공장의 200만번째 생산 차량인 올 뉴 K4./기아

사실상 현대차보다는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둔 기아의 불확실성이 더 높은 상황이지만, 기아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는 "아무런 조건 없이 멕시코에 수출 제재가 가해진다면 판매 지역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 캐나다로 선적을 더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전무는 비용 측면에선 "실제 관세 조치가 시행되면 공급망 관리 체계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바꿔 전체적인 부담을 낮춰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관세만큼 추가 부담이 생길 것"이라면서도 "가격인상이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해 단기적 대비를 하고 있고, 수익성을 훼손시킬 만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