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접어든 가운데 이집트 군부가 이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각료가 집단 사퇴하면서 무르시 정권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무르시의 퇴진 시한까지 정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무르시는 자신의 거취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1일(현지시간) 카이로에 있는 이슬람 최대 조직이자 무르시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본부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이틀 동안 전역에서 16명이 사망했다.
이집트 군부는 같은 날 국영TV로 생중계된 성명을 통해 "정치 세력은 48시간 이내로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라"며 "국민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무르시 정권을 겨냥해 경고했다.
군부가 전날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전역에서 수백만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나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군부의 이러한 발표 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 천명의 반정부 시위대 사이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런 가운데 관광부와 환경부, 정보통신부 등 이집트 장관 5명은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겠다며 집단으로 사퇴해 정국은 더욱 요동치고 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대에 동조하는 뜻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무르시는 일부 각료들의 집단 사퇴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축인 '타마로드'(반란)는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무르시는 2일 오후 5시까지 사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이 시작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카이로의 민주화 성지 타흐리르 광장과 헬리오폴리스 대통령궁 주변에서 전국 총파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르시는 퇴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르시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제2의 시민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조기 퇴진하면 차기 대통령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 질서를 해치는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탄자니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모든 이집트인은 자제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무르시가 민주적으로 선출됐다 하더라도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무르시가 퇴진해야 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