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소부장 1년’ 삼성·SK하이닉스 덕에 전투 이겼지만 전쟁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hare.asiatoday.co.kr/kn/view.php?key=20200701010000631

글자크기

닫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0. 07. 02. 06:00

삼성·SK하이닉스 덕에 이긴 국지전…과도한 자신감은 금물
다른 분야 취약한 부분 많아…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해야
황의중 기자의눈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 육성에 나선 지 1년이 됐다. 전적으로 일본산(産)에 의지했던 소부장 제품을 국산화하는 작업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일본산 제품의 수입 비중이 42.4%에서 9.5%까지 감소해 기대 이상의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전투’에서 이겼다고 ‘전쟁’에서 승리한 건 아니듯 이는 국지전 수준의 승리에 불과하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소부장 제품 모두를 국산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생긴 것도 각자 역할을 맡아서 생산하는 게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의 지난해 수출 규제는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소리가 나온다. 우리는 벌써 일본을 이겼다고 자축하는 분위기인데 일본은 진짜 전력을 숨겨 놨다는 이야기다. 실제 일본은 전기차배터리·정밀화학원료·플라스틱·정밀기계 등 다양한 품목을 ‘카드’로 삼아 우리를 압박할 수 있다. 탄소섬유와 수치제어반(CNC) 공작기계의 경우 일본 정부가 무기로 전용할 우려가 있는 품목으로 규정한 터라 제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를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자산업 분야에 국한된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정밀기계·의료기기 등 다른 분야였으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전자산업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란 글로벌 최상위 기업이 버티고 있다. 공급망이 이들 위주로 돌아갔으니 국산 소재 부품 개발과 납품까지 과정이 쉬었던 것이다. 다른 분야에선 이런 시도가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 1년의 성과를 기뻐하기 보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나친 규제와 시민단체의 과도한 목소리에 불화수소 공장 하나 짓기 힘든 나라가 됐다. 당장 이런 불합리부터 고쳐야 한다. 타국이 우리를 위협하기 전에 우리 안의 리스크부터 해결해야 한다. 기업이 일하기 좋은 대한민국이 된다면 소부장 국산화는 정부가 지원책을 따로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