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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한국어, 베트남 제1외국어 된다

[신년특집]한국어, 베트남 제1외국어 된다

기사승인 2021. 01. 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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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경제중심 협력서 교육·문화 협력 강화해야"
하노이 국가대학 한국어과 신설, 32개 대학선 정규과목 채택
한국어·한국학 관심 뜨거워
연구자 교류 활성화도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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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코사사(KoSASA·동남아시아 한국학 연구모임) 학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박노완 주베트남 한국대사의 모습.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학술대회는 해외 참가자 없이 베트남 참가자로만 진행됐음에도 불구 성황을 이뤘다 ./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한국의 베트남 연구자들과, 베트남의 한국 연구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젠 한국과 베트남이 기존의 경제 위주 협력에서 교육·문화 협력을 강화할 때입니다” 박노완 주베트남 대사의 제안에 하노이 국가대학교 인문사회과학 대학 팜 꽝 민 총장은 눈을 반짝이며 화답했다. “맞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학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교류의 계기가 무척 절실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유행)으로 왕래가 어려워진 와중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수많은 기업인들, 박병석 국회의장·강경화 외교부장관·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베트남을 찾았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일찌감치 국경을 닫아건 베트남은 한국 인사들의 방문을 흔쾌히 환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초로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 인사인 강경화 외교장관을, 팜 빙 밍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마스크 없이 환대하고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뒤이어 베트남을 찾은 영국 외교장관 등 다른 국가 인사들과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팔꿈치 악수를 했던 것과 온도 차가 극명히 드러났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 모두에게 서로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였다. 이처럼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서 베트남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베트남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베트남에서 가장 큰 화제는 하노이 국가대학교 산하 인문사회과학대학(이하 인사대)에 새롭게 신설된 한국학과였다. 지난 해 새롭게 신설된 한국학 전공은 한국의 ‘문과’를 위한 전형에 비견될 수 있는 C00전형(언어·역사·지리 점수 반영)에서 30점 만점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었다. 신설된 학과가 30점 만점을 기록한 것도 이례적인데다, ‘국가 우수학생 시험’에서 1~3등을 기록해 고교졸업시험 없이도 바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우수 학생들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베트남 내 한국학 전공의 열풍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베트남 교육부는 최근 ‘한국어’를 베트남의 제1외국어로 지정하는 교과과정 채택을 준비 중이다. 박노완 주베트남 대사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코사사(KoSASA·동남아시아 한국학 연구모임) 학술대회 축사에서 “최근 풍 쑤언 냐 베트남 교육부 장관을 만났고, 베트남이 2022년 수교 30주년에 맞춰 한국어를 베트남 내 제1외국어로 채택하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베트남 교육부 관계자 역시 “현재 제1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과정을 준비 중이다. 큰 문제가 없어 곧 통과도 예정돼 있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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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노이에서 열린 코사사(KoSASA·동남아시아 한국학 연구모임)에 참석한 연구자들의 모습. 동남아국가들이 통상 1개 대학만 코사사에 참여하는데 비해 유일하게 2개 대학(하노이 국가대학교, 호찌민 국가대학교)이 참여하고 있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한국어가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 정식 교과로 채택될 경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외국어 선택과목으로 베트남 전국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다. 앞서 베트남은 지난 2016년 한국어를 중등학교 시범교육 과목으로 선정해 전국 6개 중·고등학교에서 시범과목으로 15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베트남에서 인문사회과학 분야 최고의 대학교로 꼽히는 하노이 인사대 역시 한국학과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팜 꽝 밍 하노이 인사대 총장도 박 대사와의 자리에서 “올해 인사대는 기존에 중국·일본 전공과 함께 묶어 가르치던 동방학과에서 한국학을 별도의 전공으로 분리해 신설했는데, 입결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응우옌 반 카잉 전(前) 하노이 인사대 총장도 아시아투데이에 “인사대는 지난 2011년 한국학 학술연구회를 만든 곳이다. 베트남에 이런 단일국가 연구회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학술연구회도 없는데 한국학만이 국가기관급 학회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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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신설돼 2020년 첫 입학생을 받은 베트남 최초·유일의 인문사회과학 집중 교육 고등학교인 ‘하노이 인문사회과학전문고등학교(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산하 고등학교)’ 교장과 학부형들의 모습. 첫 입학생의 경쟁률이 10:1에 가까운 인사전문고 학교 관계자들은 “교육 외국어 과목으로 한국어를 도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제공=인문사회과학전문고
밍 총장은 박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인사대 산하에 신설한 인문사회과학 전문 고등학교(이하 인사전문고)에도 외국어 교육과목으로 한국어를 도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2019년 인사대 산하에 신설돼 2020년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한 인사전문고는 베트남 최초의 인문사회교육 집중 교육 전문학교다. 신설과 함께 베트남 고위관료와 엘리트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로 손꼽혀 화제가 됐다. 2020년 첫 신입생 145명을 선발하는데 1000명이 넘게 몰리며 경쟁률이 10:1에 육박하기도 했다. 밍 총장은 “2020년 교육과정을 준비하며 신설 교육과정의 외국어로 독일어를 도입했는데 다음으로 한국어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고, 도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베트남과 한국인 연구자 교류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박 대사는 풍 쑤언 냐 교육부 장관과 밍 총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교육·문화 교류를 적극 강조했다. 박 대사는 “그간 한국·베트남 관계가 경제 중심의 협력으로 이어져 왔지만 이제는 교육과 문화분야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사는 밍 총장과 함께 한국인 베트남학 연구자와 베트남인 한국학 연구자 명단을 추리는 등 사전 작업 준비에 나섰다.

박 대사는 최근 열린 코사사 학술대회에서 “양국 연구자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곧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 교육·문화 협력을 새로운 모멘텀(추진력·동력)을 창출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사는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 이른바 3P를 핵심 개념으로 하는 신남방정책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교육과 문화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어와 한국학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는 베트남에서 한국과 관련된 교육이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1994년이다. 이해 처음으로 현지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이 시작된 이후, 현재 베트남에서는 전국 32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을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베트남 한국학 학술연구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정규 한국어 학습자만 1만 6000여 명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운영 중인 세종학당 15곳에서 지난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수강한 사람은 1만 2000여 명으로 전세계 76개국 213개 세종학당 수강생의 17%를 차지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미비했던 연구과정에 대한 과정도 서서히 꾸려지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하노이 국립외국어대에서 한국어 석사과정을 개설했고, 호찌민 국립외국어대와 국립 인문사회과학대학이 한국학 석사과정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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