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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징벌법 있었다면 ‘박종철 고문 치사’ 보도 못했다

[기자의눈]징벌법 있었다면 ‘박종철 고문 치사’ 보도 못했다

기사승인 2021. 08.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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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정치부 정금민 기자
“언론의 잘못된 보도나 마음에 들지 않는 논조에 대해 정치권력이 직접 개입해 좌지우지하는 시도는 옳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14년 외신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정윤회 문건’ 보도에 법적 대응을 추진하자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며 ‘취재원 보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 정부가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언론 재갈 물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재산상 손해를 입히거나 인격권을 침해했을 때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다른 법률이 ‘최대 3배의 배상책임’을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언론사를 차별하는 내용으로 보여진다. 의미가 모호한 ‘허위·조작’ 판별이 어려운 점도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약화할 소지가 있다.

60여 개국 1만5000여 개 언론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세계신문협회는 지난 12일 한국신문협회에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을 지지한다’ 제목의 성명을 전달했다. 성명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즉각 철회하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의 가짜뉴스 기준 설정에 대해서도 “필연적으로 해석 남용으로 이어져 보도의 자유를 침해한다. 과도한 규제는 한국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당과 언론단체 등을 중심으로 ‘언론·표현 자유 침해’ 반발이 거세자 민주당이 고위공직자와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내용을 수정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가족, 관계자가 우회적으로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이를 과거에 적용한다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보도되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19일 상임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본회의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지금이라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굳이 입법을 하지 않고 뉴스에 대한 비판적 해석 능력을 키워주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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