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장 “미디어아트로 디지털 시대 선도”

기사승인 2021. 11. 2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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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거북' 등 국내외 최고 작품 소장 확보
부울경 문화메가시티 구축으로 '문화 분권' 촉진
기업후원 및 자체 수익사업 동시 모색
사본 -서진석 관장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장이 22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미술관 건립 경과사항과 함께 향후 추진계획 및 포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승준 기자
“내년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식에서 한국이 낳은 거장 백남준 작가의 미디어아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장은 22일 아시아투데이 창간 16주년 기념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서진석 관장은 대안공간루프의 실무형 CEO인 ‘디렉터’로서 17년간 운영했고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으로 5년간 근무하면서 경영과 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내년 1월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서 관장에게 개관식 준비와 향후 미술관 운영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서 관장과의 일문일답.

- 내년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던데.

“내년 1월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한다. 국내 미술관 개관 중 역대 최대 규모의 개관식이 될 전망이다. 세계적인 전위 예술가이자 ‘비디오아트’ 장르의 창시자인 백남준은 해외 예술계로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작가다. 개관식에서 선보일 소장품 1호로 백남준의 ‘거북(1993)’을 확보하게 된 것은 더없는 영광이자 크나큰 행운이다. 이 외에도 백남준 작가의 ‘시스틴 채플(1993)’과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1992-1994)’를 소장했고 이들은 국가적 자산은 물론 세계사·문화사적으로 수준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이다. 관장으로 부임한 이후 코로나19 장기화로 울산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에 비해 대면행사가 부족했던 만큼 개관준비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청취 및 대화의 자리를 많이 갖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 문화·예술의 수도권 편중현상이 심각하다. 문화격차 해소방안은.

“교통·통신의 발달로 시·공간의 간극이 사라졌다. 정치·경제를 비롯한 문화·예술의 영역까지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고착화됐다. 역설적이지만 격차해소를 위해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야 한다. 즉 문화·예술의 부흥을 통한 ‘문화 분권’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이나 부산이 문화거점도시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전담할 수 있다면 굳이 서울까지 문화관광을 떠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화향유의 민주화’는 접근 불평등 해소에서 출발해 사회구성원 저변까지 동등한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 울산의 현재와 미래를 중심으로 ‘실험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목표로 ‘부울경 문화메가시티’를 구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다양한 지역예술발전 방안으로 현재 준비 중인 사업으로 ‘미래미술관 포럼’ 사업을 통해 해외 유수 미술관과 교류하며 울산의 미술을 글로벌 맥락에 접속시킬 계획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글로컬 미술관’을 지향하는데, ‘글로벌’과 ‘로컬’이라는 양방향 활동을 목표로 울산 권역 작가들의 해외진출과 국제교류 사업을 다각적으로 추진 중이다. 또 울산지역의 신진 작가 발굴 및 지원사업과 수도권 중심의 미술사 서술을 보완·극복하기 위한 울산 미술사 연구사업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 재정자립을 위한 후원 확보 계획은.

“울산시립미술관은 내년 1월 정식 개관을 통해 비로소 중앙 및 지방정부와 기업후원 요청을 위한 외관을 갖추게 된다. 시립미술관은 비영리기관이므로 전시·교육·연구 등의 사업수행에 있어서 적극적 후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지만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의 테두리 안에서 후원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 현재 단계에서는 보안상 오픈할 순 없지만 가시화되면 추후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체 수익사업도 동시에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 관련 문제는 긍정적으로 봐 주셔도 될 것 같다.”

- 경영자(CEO)의 입장에서 미술관 운영계획은.

“울산시립미술관은 이전의 회색도화지가 아닌 백색도화지로 셋-업(set up)된 상태에서 운영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미술관 운영은 2000년대 이후 대전환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한국만 뒤쳐져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메타미술관’은 3차원 공간에 미술품을 전시해 놓고 가상현실(VR)기기를 이용해 관람하는 것이다. 울산의 새로운 시도인 만큼 무한한 기대와 현실가능한 비젼을 동시에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또 울산미술관은 영리사업보다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춰 시민의 문화적 소양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사업 위주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 임기 내 주요과제와 역점사업은.

“재임기간 ‘이건희 컬렉션’ 울산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을 포함한 각 지역 미술관과 해외 유력 미술관들과도 협의 중이다. 내년 개관전은 울산시립미술관과 대왕암공원 내 울산교육연수원에서 동시 개최하는 등 전시 장소의 다변화와 함께 어려운 전문용어 일색인 현대미술 영역을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 울산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10년 전 ‘문화도시 울산’을 표방하며 시작된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이 그동안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받아온 만큼 개관을 앞두고 고마움과 부담감이 교차한다. 현재 울산은 수소경제 중심의 하이테크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울산이 최첨단 경제도시로 변화해 온 만큼 그에 맞춰 준비한 ‘미디어아트’ 중심 시립미술관은 울산의 정체성과 시대적 감수성을 함께 담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대중의 가치관과 수준은 전문가의 한정된 예상보다 훨씬 뛰어남을 알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이 ‘문화도시 울산’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변함없는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정진해 나가겠다.”

서 관장은 199년 한국미술계 최초 대안공간인 ‘루프’를 설립해 지금까지 많은 국내 젊은 작가를 발굴·지원해왔다.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을 역임하며 국내외 다양한 작품활동을 통해 현대 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특히 다양한 국제활동을 통해 세계적 미술인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아시아 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냈다. 2004년부터 비디오 아트 페스티벌 ‘무브 온 아시아’를 기획해 130여명의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전세계 순회전시를 펼친 것으로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2001년부터 티라나, 리버풀 등 각종 국제 비엔날레 행사의 기획에 참여했고 쿤스트할레 뒤쉘도르프 등 전세계 여러 미술기관들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 미술의 글로벌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서 관장의 30년 넘은 내공과 프라이드가 준비된 열정을 끊임없이 토해낸 시간이었다. 인터뷰동안 한 편의 명화나 저명교수의 명품 강의를 듣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 페이지를 도배하고도 남을 그의 경력과 전시 및 기획활동이 울산시립미술관의 태동에 맞춰 또 한번 이어지는 역사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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