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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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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2. 02. 09. 17:36

이장원
이장원 국제부 기자
지난 4일 개막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시작부터 판정 논란으로 얼룩졌다. 대한민국을 분노케 한 쇼트트랙 판정에 이어 스키점프 경기에서의 무더기 실격 사태까지 많은 나라에서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울분을 가라앉히기도 힘든데 더 이해하기 힘든 일 중 하나가 이번 올림픽 기간 중국에서 이상하리 만치 큰 반한(反韓) 감정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스스로 인정하거나 자각하지는 않겠지만 그간 묵혀 둔 복수심이 느껴진다.

중국 네티즌들은 과거 쇼트트랙 경기에서 중국팀이 실격을 당한 사례, 한국 선수의 행위로 자국 선수가 부상을 입은 사례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판정 시비에 반론을 펼치고 있다.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우다징이 실격된 일은 물론 먼 옛날 왕멍이 박승희와 충돌한 일까지 들고 나왔다. 4년 전 ‘한국이 이럴 줄 몰랐다’고 한 우다징과 ‘한국이 넘어진 것이 가장 기억 남는다’고 했던 런쯔웨이는 왜 생겼는지 모를 한을 이번 대회에서 풀고자 하는 듯 하다.

표면적으론 쇼트트랙 경기를 통해 드러났지만 중국인의 반한 감정과 복수심이 체육계에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떨쳐내지 못한 ‘사드’ 갈등까지는 돌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바탕에는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 묻는 중국인들의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결국 ‘한국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인데 자국에서 만큼은 완전히 정당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령 역사 자료를 잘 수집하고 보존한다고 해도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중국인들은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말을 즐겨 쓴다. 당장의 화를 참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라는 뜻도 있지만 10년이 걸려도 복수는 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제 복수를 하겠다니 ‘같이 가지 맙시다’라고 한 동맹국 미국을 뒤로 하고 장관에 국회의장까지 베이징에 보낸 한국으로서는 답답한 일이다. 진정한 ‘군자’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지혜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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