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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강압에 얼굴 가린 아프간 女 앵커들…“규정 어기면 해고”

탈레반 강압에 얼굴 가린 아프간 女 앵커들…“규정 어기면 해고”

기사승인 2022. 05.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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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HAP NO-4395> (AFP)
아프가니스탄 톨로뉴스 진행자가 22일(현지시간) 여성 TV 진행자는 얼굴을 가리라는 탈레반의 지시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AFP 연합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은 탈레반이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 인권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죄고 있다. 탈레반이 TV 여성 진행자의 얼굴을 가리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22일(현지시간) 여성 진행자들은 눈만 드러낸 채 방송에 출연했다.

AFP통신은 이날 톨로뉴스, 아리아나 텔레비전, 샴사드 TV, 1TV 등 아프가니스탄 주요 방송사들의 여성 진행자들은 히잡과 마스크로 눈을 제외한 얼굴을 모두 가린 채 아침 뉴스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톨로뉴스는 당국이 새로운 지시를 통해 모든 TV 채널의 여성 진행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얼굴을 가리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TV 여성 진행자 대부분은 그간 머리와 목만 가리는 히잡을 착용하고 방송에 출연해왔다.

톨로뉴스 여성 진행자인 소니아 니아지는 “우리는 마스크를 쓰라는 지시에 항의했다”면서 “하지만 톨로뉴스는 (당국의) 압박을 받았고 얼굴을 가리지 않고 화면에 나타나는 여성 진행자는 다른 직업을 갖거나 해고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톨로뉴스 PD 측도 채널은 규정을 따르도록 강요 받았다며 “지시를 따르라는 강압적인 요구가 있었고 우리는 선택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톨로뉴스의 일부 남성 기자와 직원들은 탈레반의 지시에 항의하는 뜻으로 여성들과 똑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고 AFP는 전했다.

탈레반 정부의 권선징악부 대변인 사데크 아키프 무하지르는 “언론들이 당국의 복장 규정 지시에 따라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권선징악부는 이슬람 질서 구축을 위해 ‘도덕 경찰’ 노릇을 하는 정부 조직이다.

무하지르 대변인은 탈레반이 방송국에서 일하는 여성 진행자들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들의 공적인 출연을 막거나 노동권을 박탈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한 탈레반은 지난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와 달리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다시 이슬람 질서 강화에 힘쓰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탈레반은 여성에 대해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을 의무화했다. 당시 탈레반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샤리아에 따라 매우 연로하거나 어리지 않은 여성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려야 한다”며 바깥에 중요한 일이 없다면 여성은 집에 머무르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아쿤드자다는 여성 공무원이 복장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해고할 것을 당국에 명령했고, 남성 공무원의 경우에도 아내나 딸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정직을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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