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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앞당겨진 신냉전 시대에 뒷전으로 밀린 공조

[기자의눈] 앞당겨진 신냉전 시대에 뒷전으로 밀린 공조

기사승인 2022. 08.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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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대만에 대한 '철통 같은' 방위를 약속했고, 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실탄 사격을 포함한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만 방문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분석했지만,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정세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신냉전 시대의 도래를 앞당겼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서방에서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타이밍'을 두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펠로시의 도발이 미중 충돌 시한을 가속화했을 뿐이라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마찬가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가을 3연임을 확정지을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다. 양국 지도층의 국내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강대국들의 패권경쟁으로 세계 블록화가 심화하면서 기후변화와 저소득국의 경제난 등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위기에 처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각국의 과학자들이 활발히 교류해야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위원회는 러시아와 관련된 과학분야 협력과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물리적으로 러시아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면서 기후변화 연구에 필수적인 북극의 자료를 얻는 데에도 애를 먹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신흥국의 3분의 1과 저소득국의 3분의 2는 부채위기에 처해 있지만, 지난달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분열 속에 세계의 부채위기·식량불안 대응을 위한 코뮈니케(합의문)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최근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파키스탄의 중앙은행 총재 권한대행은 가난한 나라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서 경험했듯 한 국가에서 발생한 문제는 도미노처럼 전세계의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슬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의 쇠퇴)을 경계하고 공조의 중요성을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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