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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중동 정세에 獨 5년만 사우디 무기금수 해제

격변하는 중동 정세에 獨 5년만 사우디 무기금수 해제

기사승인 2024. 01. 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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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공 미사일 IRIS-T 150기 공급 승인
예멘 내전 소강상태, 연정 입장 선회로 양국 관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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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화해 무드가 감지되는 가운데 독일 정부가 약 5년 만에 사우디에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를 공급하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슈테펜 헤베스트레이트 독일 연방정부 대변인은 독일 연방안보위원회(BSR)가 지난달 딜 디펜스사의 IRIS-T 150기의 사우디 수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독일 군수업체 딜 디펜스 주도로 유럽 5개국이 공동 개발한 IRIS-T는 적외선 탐색장치가 장착된 공대공 유도탄이다. 독일 등 4개국이 함께 개발한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탑재해 운영할 수 있다. 사우디는 최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을 향해 쏜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유로파이터와 IRIS-T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사우디에 대한 금수조치 해제를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안보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는 전쟁이 지역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집권하던 2018년 11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의 배후에 사우디 왕실이 있다고 보고, 열악한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사우디에 무기수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또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하며 이란과 대리점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무기금수에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주요 무기 수출국이지만,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라는 평가 때문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이 아닌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극히 꺼려왔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총리가 정권을 잡고 예멘 내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사우디와의 관계가 재평가되기 시작했다고 DW는 분석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예멘 후티 반군과 평화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독일 정부의 입장 변화로 사우디와 수십억 유로 규모의 무기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우디는 2022년 한 해에만 무기 구매에 750억 달러(약 98조6625억원)을 지출했다. 마티아스 왁터 독일산업협회(BDI) 원자재 부문 대표는 "독일의 금수 해제는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었다"면서 "이를 통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독일이 유럽의 무기정책에서 고립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이번 결정에 연정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인권을 중시하는 녹색당의 리카르다 랑 대표는 "사우디의 인권상황과 헌법을 고려할 때 유로파이터 인도는 여전히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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