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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빛바랜 포스터·광부들의 선술집...GO! 시간이 멈춘 그곳으로

[여행] 빛바랜 포스터·광부들의 선술집...GO! 시간이 멈춘 그곳으로

기사승인 2024. 02. 0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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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추천 '레트로 여행지'
동광극장
동광극장은 1959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최신 개봉작을 상영한다. / 한국관광공사 제공
복고 감성 자극하는 '레트로(Retro)'는 여행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먼길 마다하지 않고 오래된 풍경을 찾아 추억을 곱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는 호기심을 앞세운다. 한국관광공사가 '우리 동네 레트로'를 테마로 과거로 시간여행을 제안했다. 카메라 들고 훌쩍 다녀오기 좋은 곳들이다. 거긴 치열했던 민초들의 삶과 우리네 근·현대사도 오롯하다.

동광극장
동광극장 상영관은 멀티플렉스 못지 않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보산동관광특구
보산동관광특구의 그라피티/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기 동두천 동광극장·보산동관광특구

레트로 붐을 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에는 성인이 된 정환(류준열)과 동룡(이동휘)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이 영화를 보던 곳이 동광극장이다.

동광극장은 1959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상영관 규모는 280여석. 상영작은 최신 개봉작. 좌석은 자유석. 어디든 먼저 앉는 사람이 주인이다. 상영관 내부는 반전이다. 좌석이 모두 갈색 가죽 의자다. 멀티플렉스 특별관에서 볼 수 있는 리클라이너도 있다. 다만 단관극장이라 멀티플렉스에서처럼 영화 선택의 여지는 없다.

동광극장의 시간은 1980~1990년대에 멈춰 있다. 손으로 쓴 상영시간표, 예스러운 매점과 휴게실, 빛바랜 영화포스터, 수족관, 20여년간 극장을 책임지던 영사기…. 눈 돌리는 곳마다 드라마 세트장 같은 풍경이 펼쳐지니 영화도 영화지만 극장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단다.

보산동관광특구도 기억하자. '작은 이태원'으로 불리는 이곳도 동두천 '역사'를 증언한다. 동두천은 한국전쟁 이후 미 2사단 캠프 케이시가 주둔한 곳. 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보산동관광특구에는 외국인 전용 클럽, 빅 사이즈 의류 매장, 작은 공방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이 참여한 그라피티가 볼거리다. 프랑스 작가 호파레의 '호파레', 심찬양 작가의 '로얄 독'은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다.

화본역
최근 레트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군위 화본역/한국관광공사 제공
화본역 급수탑
군위 화본역 급수탑/ 한국관광공사 제공
◇ 대구 군위 화본역

군위에는 여행명소로 재생된 오래된 건축물이 많다. 화본역이 대표적이다. 1938년 2월 중앙선 보통역으로 문을 연 화본역은 지금까지도 군위에서 유일하게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드라마 세트장처럼 아기자기한 역사는 '네티즌이 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화본역이 등장하는 영화, 예능 프로그램도 많다.

화본역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급수탑.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1930년대 말에 열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것인데 높이 25m, 지름 4m 규모다. 급수탑 내부 벽면에 '석탄 절약' '석탄 정돈' 등 낙서가 두서없이 새겨졌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폐차한 새마을호 동차를 활용한 레일카페가 문을 연다. 군위는 지난해 7월 대구에 편입됐다.

(강원 태백)광부 아버지의 출근길 조형물
철암탄광역사촌의 조형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철암탄광역사촌
철암탄광역사촌 광부 동상과 철암천변 '까치발 건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태백은 우리나라 광업의 역사가 시작된 도시. 1930년대에 태백에서 처음 발견된 석탄이 남한 최초의 석탄이란다. 1960~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를 비롯해 40여 곳의 광업소가 태백에 있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철암천변 ''까치발 건물' 6동을 전시 공간으로 꾸민 생활사 박물관이다. 광부들의 옛 계약서, 광업소의 각종 장부, 당시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 선탄장이 보이는 전망대 등을 볼 수 있다. 광부들이 앉아 있는 선술집, 가정집, 마을 골목도 재현됐다. '까치발 건물'은 뭘까. 탄광촌이 번성할 때 도시의 확장 속도를 건축이 따라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원래 있던 건물을 상가로 활용하고 철암천 쪽으로 공간을 확장해 지층 아래에 살 집을 마련했다. 이때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세웠고 이렇게 증축된 건물은 '까치발 건물'로 불렸다.

책방세간
규암마을 책방세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규암마을
규암마을의 거리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남 부여 규암마을

부여 백마강 인근의 규암마을은 과거 나루터와 오일장으로 번성했다. 1960년대에 백제교가 생기며 쇠퇴했다. 사람들은 떠나고 빈집, 빈 상가가 남았다. 이 자리에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레트로 여행지로 주목받게 됐다.

규암마을을 알린 것은 80년 된 담배 가게를 활용한 '책방세간'이다. 담배가게 주인 이름이 새겨진 문패, 금고 등은 그대로 전시돼 있고 오래된 진열장이 책 진열장으로 바뀌었다. 여행자는 책방 안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마시면서 책을 보고 휴식을 취한다. 책방세간의 주인은 오래된 한옥과 양조장을 활용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 한옥'도 문을 열었다. 부여군도 힘을 보태고 있다. 마을에 흩어져 있는 12개 공방을 지원하며 123사비공예마을을 운영 중이다. 또 123사비창작센터와 123사비레지던스를 통해 청년 공예인에게 작업실과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옛 군산세관
옛 군산세관 본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군산 시간여행마을
군산 시간여행마을에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초원사진관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북 군산 시간여행마을

군산은 조선3대 시장의 하나였던 강경장의 입구가 되는 금강하구에 위치해 일찌감치 번성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제강점기 때 조선의 양곡과 물자를 송출하던 '수탈항'으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이 때문에 이미 100년전부터 은행과 상점과 도로와 철도가 갖춰졌다.

군산 시간여행마을에는 다양한 근대건축물은 물론 1980~1990년대 감성을 오롯이 간직한 골목 풍경이 남아있다. 군산 근대사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옛 군산세관 본관을 활용한 호남관세박물관, 옛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을 보수·복원한 군산근대미술관,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활용한 군산근대건축관 등이 자리잡았다. 이들 건물 뒤로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조성됐다. 일제강점기에 건립한 군산 해망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에 등장하는 '초원사진관'도 눈길을 끈다. 일본인 부유층 거주지 신흥동의 일본식 가옥도 시간 여행에 특별함을 더한다. 신흥동 산비탈의 말랭이마을은 빈집들이 미술관, 책방, 공방으로 변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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