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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국은 사랑하면 차별로 돌려주나요?”

[기자의눈] “한국은 사랑하면 차별로 돌려주나요?”

기사승인 2024. 03.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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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주변 친구들은 초·중학생때부터 시작해 이미 한창 거쳐온 '아이돌'에 뒤늦게 빠져 거들떠도 안 보던 케이팝을 뒤늦게 섭렵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덕질'엔 돈과 피·땀·눈물이 모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음반을 공수해오거나 콘서트를 위해 뭉치는 해외 케이팝 팬들을 보면 사랑엔 우열이 없다지만 저들의 '사랑'은 어느 정도인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태국 푸켓에 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시위랏 떼초씨도 이런 사랑을 품었을 것이다. 인기 아이돌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열혈팬인 그는 이미 엔하이픈의 콘서트를 보러 지난해와 올해 초 일본과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 당했다. 어렵게 구한 이틀치 콘서트 티켓은 물론 항공권과 호텔 예약도 고스란히 날렸다.

당시 대화를 수도 없이 복기한 그는 자신이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버스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 입국을 거부당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정확한 거부 사유조차 듣지 못한 탓이다. 그가 한 답변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네이버맵에서 찾아보면 확인할 수 있다"였다.

시위랏씨는 기자에게 "여행 목적인 콘서트·체류와 관련된 질문에 다 답하고 증빙서류도 다 준비했지만 제대로 듣지도, 보지도 않았다"며 "입국 심사관의 말투나 태도는 전혀 우호적이지도 않았고 무척 신경질적이었다"고 말했다. 직업을 묻는 심사관에게 클럽 경리팀장이라고 답하자 "심사관이 묘한 표정을 짓고 통역사는 웃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위랏씨뿐만 아니라 다른 태국인 팬들도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태도"와 "페이스북이나 라인 대화 내용을 열어 보라는 식의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는 고압적인 태도와 요구"에 대해 폭로했다. 여행 기간 내내 어느 식당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삼시세끼를 다 읊었다는 또 다른 태국인 관광객 A씨는 기자에게 "한국인들도 태국에 입국할 때 이런 질문을 받는지가 궁금하다"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전쟁 때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먼저 유엔군을 파병한 것도 태국, 동남아 한류의 중심도 태국인데 한국은 사랑하면 차별로 돌려주는 나라냐"고 입을 모았다.

태국은 입국 거부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 체류하는 태국인 중 대다수(78%)가 불법 체류 상태고, 태국 출신 불법체류자가 많아 한국의 입국심사가 까다롭다고 보도했다. 태국의 한 매체는 그래도 태국과 동남아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현행 입국 심사는 '비인간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 지적했다.

태국인들에겐 한국의 입국심사는 이미 악명이 높다. 그렇기에 시위랏씨도 다른 팬들도 더욱 꼼꼼히 증빙서류를 준비했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제대로 된 이유조차 모른 채 입국거부를 당하는 것은 여전하다. 시위랏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케이팝 '사랑'은 계속 이어가겠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불법체류자·불법고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더라도 당장 존엄성을 지키고 존중 받을 수 있는 세심한 입국정책, 오늘날 많은 태국인들이 한국에 바라는 것이다. 이들의 일방적인 사랑만 바라는 배타적인 한국으로 남을 것인지, 결정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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