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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커브볼같이 들어온 경수로 제안…北 NPT 탈퇴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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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4. 03.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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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11일 평양에서 열린 NPT 탈퇴 지지 100만 명 군중 대회 모습./연합뉴스
30년 만에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북한이 미측과 경수로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담 당시 한국 주제네바 대사와 만난 갈루치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핵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경수로 발전소 카드를 내보일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29일 외교부는 30년이 지난 비밀해제 외교문서 2306권(37만여 쪽)을 요약본과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93년 3월 12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탈퇴 선언 이후, 북미 간 접촉을 비롯 고위급 회담 전문 등이 담겼다.

당시 북한은 영변 미신고 핵시설 2개소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입력과 한미 스피릿 훈련에 반발해 1993년 3월 12일 NPT 탈퇴를 선언했다.

당초 미국은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고위급접촉을 하는 건 "당분간 고려하지 않을 것"(3월 26일 한미 외무장관회담)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중국이 권유해온 대북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는 특히 "경수로 문제는 야구 경기로 비유한다면 초구에 들어온 커브볼처럼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며 "북측의 제안은 핵 비확산을 향한 진전(development)으로 볼 수 있으므로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본다"라고 우리 측에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문제가 되는 흑연로를 경수로로 전환하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이라면서도 "경수로 획들을 위해선 필요한 단계(step)를 밟아야 한다"라고 전제했다.

당시 대다수 전문가는 북한이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핵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중수로 원전을 경수로 원전으로 대체함에 따라 북핵위기 종식에 가까워졌다고 호평했다.

다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 이후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에 북한은 반발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제네바 합의는 '재검토 대상'으로 전환됐고, 2002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다고 시인하며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지자 2003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대북 경수로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의해 2년여간 공사가 멈췄다. 2년 뒤 경수로 사업은 완전히 중단됐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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