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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칼럼] 국민연금 개혁, 직역연금과 노동시장의 개혁도 함께해야

[김은경 칼럼] 국민연금 개혁, 직역연금과 노동시장의 개혁도 함께해야

기사승인 2024. 04. 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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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민연금 개혁의 기본원칙은 재정건전성과 형평성 강화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고 있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 개혁 시급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정년연장 등 노동시장 개혁도 필요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의 시민대표단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을 선택하면서 국민연금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금 더 내고 훨씬 더 많이 받는다'는 발상은 기성세대의 이기심이 반영된 것이다. 기성세대들로만 구성된 시민대표단이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면서, 2078년이 되면 미래세대들은 기성세대를 위해 자기 월급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43.2%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보험료만으로 연금 재원을 충당할 수 없어 세금도 투입해야 해서 재정건전성도 악화시킨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여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므로 여론의 반대로 실행이 어려울 것이다. 국민연금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가 의견조차 내지 못한 채, 단기간 학습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연금 개혁안을 대표성도 부족한 사람들을 모아 선택하도록 한 것은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자신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자신이 내는 만큼 그에 비례하여 급여를 받는 사회보험이다. 과도한 연금지급은 연금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일견 형평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불균형에 기반한 제도이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높아질수록 고소득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설계된 일종의 보험이므로 복지혜택의 양극화가 확대된다. 노후소득 보장을 표방하면서 기여율을 다소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훨씬 더 높이는 것은 저소득층에게는 의미가 거의 없다. 저소득층에게 보험료는 당장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세금으로 느껴지며 소득대체율이 높아져도 소액 연금으로는 노후보장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을 높이기보다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이나 연금 크레딧을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보다 개혁이 더 시급한 사회보험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의 재정 문제는 20~30년 이후의 문제이지만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당장의' 문제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부터,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재정수지 적자를 국가보전금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인연금은 개혁의 사각지대로 대상자가 많지 않다고 하지만 기여금부담률이 7%로 낮고 수급 연령 제한도 없어 다른 직역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군인들의 특수한 근무상황은 현직에 있을 때 수당으로 보충하더라도 군인연금은 다른 사회보험에 맞추어 개혁되어야 한다. 사학연금도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20여 년이 지나면 재정 악화로 인해 다른 직역연금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직역연금도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사회보험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직종 종사자들의 노후보장을 해주는 현행 제도는 전면적으로 폐지되는 것이 맞다. 직역연금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 국민연금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전체 국민에 대한 불공정한 횡포이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면 직역연금에 대한 세금 투입을 즉각 중단하고 직역연금의 자생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 지급률 인하, 수급 개시 연령 연장 등을 추진해야 한다.

연금은 노동시장에 기반한 사회보장제도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국민연금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고 이를 위해 법정 정년 연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법정 정년인 60세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남성은 51.1세, 여성은 47.8세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통해 혜택을 보는 근로자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노동시장의 개혁 없이 국민연금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는 것은 결국 노인 빈곤이 중장년 빈곤으로 확대되는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정년 연장으로 인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 가중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년 연장을 위한 선행조건으로 직무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과 임금피크제의 전면적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현행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도 추진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은퇴 연령과 연금 수급 연령이 다르고 연금의 노후소득 보장성도 미흡하여, 국민연금 수령 이후에도 고령층은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따라서 연금개혁 논의와 함께 고령자 노동시장을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개혁은 단순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 개혁의 목표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개혁이 재정 투입을 전제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재정 투입을 즉각적으로 중단하는 개혁안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사학연금도 미래 국가재정의 투입을 전제로 현재와 같이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 공적연금 제도 간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관리는 별도의 주체들이 하더라도 보험료와 수급액이나 수급 기준을 일원화해 직역 간 불평등도 해소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모두 구조적인 제도개혁도 시급하다. 일본과 같이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연동하여 연금액을 삭감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할 수 있다. 연금액 증가가 미래세대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연금액 증가율을 물가나 임금 상승률보다 낮아지도록 매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구감소 시대에 대응한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경제활동인구, 노동시장, 연금 수급자 규모 변화 등을 고려하여 연금액과 보험료율을 자동 조정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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