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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율의 아테네에 길을 묻다] 대한민국은 안세영 선수에게 답하라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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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8. 19. 18:01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안세영 선수가 던진 질문은 '아폴론'적 권위와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의 우리 모두에게 '디오니소스'적 창조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사진은 아폴론(왼쪽)과 디오니소스. /제공=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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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율 전 국세청장
성화는 꺼졌고, 올림픽은 끝났다. 그리고 열흘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답해야 할 질문이 남아 있다. 피 끓는 젊은이가 애끓는 고뇌 끝에 던진 질문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이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 뜻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갈등이 전혀 없었다."(김택규 배드민턴 협회장), "규정을 따랐다면 문제 될 게 없다."(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나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누가 등 떠밀어 국가대표 들어갔나?"(방수현 전 선수) 등의 발언을 보면 더욱 그렇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연봉 상한제, 스폰서 계약, 부상자 관리, 빨래, 청소 등등 말단 지엽적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심지어 발언의 내용이나 시기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안세영 선수의 문제 제기는 가을이 오기 전 떨어지는 한 잎의 오동잎이다. 우리는 가을이 오고 있음을,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니, 이미 변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단지 치기 어린 한 운동선수의 불만 표출로 치부할 일이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비단 체육계만을 향하여 던진 질문 또한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불타는 생명력의 젊은이들(디오니소스적 인간들)이 기존의 낡은 질서에 얽매여 있는 대한민국 사회(아폴론적 기성세대)에 던지는 질문이자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염원이다. 그 새로운 시대는,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식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아폴론적 기존 질서'에 얽매인 사회가 아니라 '디오니소스적 창조성'이 끓어 넘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올림픽의 발상지 고대 그리스에 아폴론(Apollon)이라는 신이 있었다. 태양을 상징하는 그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모든 면에서 (연애를 제외하고) 출중한 신이었다. 그는 이성과 논리, 그리고 합리성을 바탕으로 기존의 제도적 권위를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 한편 인간들에게 포도주를 선물한 디오니소스(Dionysos)는 고통에 지쳐 염세에 빠진 사람들이 불타는 생명력을 마음껏 펼치도록 일깨웠다. 광란의 디오니소스 축제와 아테네 비극이 바로 그것이었다.

인간의 창조성은 기성의 질서와 절제 속에 있지 않고, 항차 "자신을 초월하는 어떤 것(something beyond oneself)", 즉 '자기 확장의 초월적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아레테(Arete, 탁월함의 추구)의 정신이고 '우어아이네[Ureine 근원일자(根源一者): 우주적 생명력의 유일한 그 어떤 것]이며 '디오니소스적 의지(der Wille Dionisosische)'다. 이를 바탕으로 2500년 전 고대의 아테네는 "어둠 속에 백열(白熱, White Heat)로 밝게 빛나는 찬란한 문명"을 건설해 지구 문명의 원조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아폴론적 권위와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다. 조선왕조 500년이 특히 그러했다. "고귀한 단순함, 조용한 위대함"으로 요약되는 절제미의 극치 파르테논 신전에 비견되는 종묘 정전이 그 증표다. 이것은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 1929~ )의 말이다. 그리고 델피사원의 아폴로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었던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 매사에 지나치지 말라!(Nothing in Excess)"는 델피의 격언(Maxim of Delphi)은 조선왕조가 그토록 숭상했던 유교의 핵심가치 '중용(中庸)'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은 500년간 왕조를 지속하기는 하였으나 이렇다 할 문명의 진보를 이룩하지는 못했다. 유교의 아폴론적 권위와 질서가 디오니소스적 창조성에 족쇄를 채웠기 때문이었다. 이에 더하여 지난 세기 산업사회를 풍미한 피라미드 조직 속에서 위계적 권위와 질서는 일층 강화되었고 상명하복은 더욱 강조되었다. 그 속에서 교복 입고 상급생에게 거수경례를 붙이며 성장한 기성세대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나 때"만을 되뇐다.

MZ세대는 이것을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할 수는 더더욱 없다. 이를 보다 못한 안세영 선수가 MZ세대를 부지불식중에 대표하여 기성세대와 대한민국에 묻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둘 것인가?"라고. 이제 대한민국이 답할 차례다.

한상율 (전 국세청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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