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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는 10월부터 성탄시즌”… 마두로, 갑작스런 대국민 선물공세

“베네수엘라는 10월부터 성탄시즌”… 마두로, 갑작스런 대국민 선물공세

기사승인 2024. 09. 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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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언론 "부정선거 비판 여론, 다른 곳으로 돌려리는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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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2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정기 월요일 TV쇼 '콘 마두로+'에 출연해 크리스마스시즌 조기 개막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대통령 선거 부정개표 의혹으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내달부터 크리스마스시즌이 시작된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른바 '크리스마스 정치'로 비판적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돌파구를 모색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라나시온 등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지상파 뉴스전문채널을 통해 전파를 탄 프로그램에서 올해 크리스마스시즌 개막을 10월 1일로 앞당기는 대통령령을 발동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9월인데 벌써 크리스마스 기분이 난다"며 "투쟁하는 국민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크리스마스시즌을 앞당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화롭고 행복하며 안전한 크리스마스가 왔다는 말도 했다.

베네수엘라에서 크리스마스시즌은 12월 1일 엘아빌라 국립공원에 설치된 대형 십자가가 점등되면서 시작되는 게 관행이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집권 후 매년 크리스마스시즌 개막을 앞당기고 있다. 정치·이념적 스승 격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2013년 "국민이 슬픔과 어려움을 잠시 잊고 평화와 사랑을 느끼도록 하겠다"며 크리스마스시즌을 앞당긴 게 시작이었다.

이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크리스마스시즌 개막을 10월 말로 앞당긴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개막 시점을 9월 1일로 확 앞당겼다. 마두로 대통령은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국민이 기쁨과 낙관주의를 찾을 수 있도록 (베네수엘라에선 다른 나라보다) 크리스마스가 일찍 온다"고 했었다.

크리스마스시즌이 빠르게 시작되면 정부가 저소득층에 나눠주는 선물꾸러미의 배포도 덩달아 앞당겨진다. 선물꾸러미에는 경제위기가 극심해지면서 베네수엘라에서 구경하기 힘들어진 '하몬(돼지 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한 햄)'이 포함되곤 한다. 베네수엘라 서민들이 가장 기다리는 정부의 선물은 하몬이라고 한다. 마두로 대통령이 민심을 달래는 수단으로 크리스마스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2013년 차베스의 사망 후 임시대통령에 취임하고 연임에 성공한 마두로 대통령은 집권 후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7월 28일 실시된 대선이 부정개표 의혹에 휘말리면서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중남미에선 우파 정부가 들어선 국가는 물론 브라질,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좌파 정부가 들어선 국가도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베네수엘라의 대선 문제를 논의하자며 브라질과 멕시코에 긴급 화상정상회의를 제안했다. 국제사회는 투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아직까지 반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수출규제를 위반하고 불법으로 반출된 것이라며 마두로 대통령의 전용기를 지난 2일 압수했다. 중남미 언론은 "부정선거로 정권을 놓지 않으려는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이 응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내적으로도 정국 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사법부는 7월 대선에서 야권 대선후보로 출마해 마두로 대통령과 격돌한 야당지도자 에드문도 곤살레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직권 남용, 공공문서 위조, 법치에 대한 불복종 선동, 음모, 사보타주, 불법단체 결성 등의 혐의가 있다며 검찰이 신청한 영장을 내준 것이다.

중남미 언론은 "부정선거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곤살레스가 구속되면 정국은 또 다시 소용돌이칠 수 있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시즌을 앞당기기로 한 것은 민심과 여론을 관리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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