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3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임현택 의협 회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10만 의료인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대한의사협회 내부 불협화음이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내에서는 시도의사회 등이 최근 정치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주체를 의대생과 전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견 마찰을 빚었다.
의협은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최근 8개 단체와 함께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다. 이러한 '대정부' 기조를 보이는 데는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듯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의견 갈등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의사회는 의협에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를 배제한 채 어떤 입장이라도 낸다면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현 의협 집행부는 의정 갈등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자리에서 물러나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경기도의사회의 주장이다.
지난달 말에는 이틀에 걸쳐 임 회장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임 청원 투표가 이뤄지기도 했다. 투표 결과 참여자 1283명 가운데 987명(76.9%)은 불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이는 10만 의료인이 회원으로 있는 의협에서 극히 일부 회원만 투표에 참여한 결과다.
의협 대의원 A씨는 "지금은 조용히 전공의와 의대생을 존중해 의료계가 의견을 하나로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도의사회와의 불협화음이 있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는 수장을 바꾼다고 더 나아지는 것도 없다. 불신임에 크게 동요하는 것은 없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불신임 사직 청원 투표에 대해서도 "하는 사람만 한 것"이라며 "내 주변만 해도 투표했다는 사람 못 봤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금 현 의료계 상황에 불신임 얘기가 나오는 건 밖에서 의사들을 더 안 좋게 보게 될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인 반면, 박단 회장을 비롯한 대한전공의협회는 의료계와 정부의 목소리를 모두 피하고 있다. 전공의협은 증원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전공의협은 의협에 대해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며 임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 상황이다.
전공의 B씨는 "의협에서 정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부분이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