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강성학 칼럼] 핵무기 비확산 조약(NPT) 체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har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0301000154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0. 03. 18:14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대한민국과 미국은 20세기 안전을 위한 군사적 동맹을 넘어서 21세기엔 가치동맹을 추구한다고 한다. 여기서 그 공동의 가치가 무엇일까? 그것은 두 나라가 국내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함과 동시에 국제적으로는 국제법의 준수를 통해 국제적 평화와 안정에 함께 기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에서 핵무장의 여론이 강력하게 조성됨으로써 한미 양국은 핵 비확산조약이라는 국제법적 문제로 인해 가치동맹의 유지는 물론 양국 사이에 굳건했던 안보동맹 체제마저 균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핵 비확산조약은 국제적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현존하는 효율적인 국제법일까? 아니면 핵보유 강대국들이 타 국가들의 핵보유를 막고 자신들만의 특별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려는 이기적 책략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문제는 두 주장이 모두 진실이라는 데 있다.

핵무기의 확산은 인류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 만일 확산이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들의 궁극적인 사용의 확률은 여러 가지로 계산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을 통해 증가할 것이다. 그것들은 제한전쟁이나 공갈에 대한 적의 반응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실수, 핵병기고 운영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의 실패로 이 무기들이 허가되지 않고 또 무책임한 자들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의 증가, 핵공격의 원천을 추적하는 데 오류를 범해서 무적절한 대응을 택함으로써 그러한 국가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우리는 다른 동등하게 비극적인 시나리오들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그리고 중국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1968년 제22차 유엔총회에서 제안된 핵무기 비확산조약(the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은 1968년 7월 1일 62개국들에 의해서 서명되었다. 그 조약은 본질적으로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나 다른 핵장치를 제조했거나 실험한 각 핵보유 국가들이 어떤 핵무기나 핵장치를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리고 어떤 비핵국가도 핵무기나 핵장치를 수용하거나 생산하지 않는 정책을 공약하는 것이다.

원자력기구에 의한 비핵국가들의 국제적 감시를 통해 안전장치(the safeguards)를 수립하려는 추가적인 규정들은 국제원자력기구(the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와 협상을 통해 이루어진 합의들에 기초하기로 하였다. 그 조약은 조약의 당사국들이 평화적 목적을 위해 원자력의 생산과 사용에서 연구와 개발을 계속할 당사국들의 권리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 조약은 또한 한 당사국이 핵에너지의 평화로운 응용의 이득을 다른 당사국들에게도 가용할 것으로 규정했다. 그 조약의 전문은 가능한 한 빠르게 핵무장 경쟁과 궁극적으로 핵 군비축소를 달성하는 것이 조약 당사국들의 의도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규정은 미래의 협상을 추구하겠다는 당사국들의 합의였으며 그 결과 오직 비핵국가들만 그 조약의 안전장치를 준수하게 된 것이다.
미래의 역사가 그 조약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궁극적인 심판관이 되겠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그런 국제적 목적을 도달하는 데 있어서 국제적 협력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당하다. 비확산조약에 대한 관심은 핵 군비통제라는 큰 관심의 일부를 대변했다. 군비통제와 군비축소 회의의 역사는 2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일정한 어떤 무기의 통제와 금지는 지난 100여 년 동안 많은 국제적 걱정거리였지만 핵무기의 발전이 이 문제에 대한 걱정을 크게 심화시켰다.

이런 심화된 걱정의 이유는 아주 분명하다. 우선, 핵무기는 과거 어느 무기체제에도 알려지지 않은 속도와 효율성으로 근대 문명을 파괴하는 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두헤(Douhet)의 항공전쟁 이론이 자기의 동시대인들에 의해서 비판된 군사적 항공기의 피해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지만, 지구상의 생명을 종식시키는 데 실제로 사용될 수 있는 무기체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는 정부와 국가의 원수들이 깨달음으로써 국가의 행위에 굉장한 영향을 미쳤다. 핵무기에 대한 이런 점증하는 걱정은 초기의 무기체제가 정당화하지 않았던 긴급성을 적절히 나타낸다.

또 하나의 걱정의 이유는 군비경쟁에 관한 모종의 개념들 속에 있다. 군비경쟁이 전쟁을 초래한다고 부정확하게 주장되었다. 사실 이런 주장은 경험적 및 이론적 정당성이 별로 없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핵 군비경쟁은 확산과 파괴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핵 군비경쟁의 초기 단계들은 고도로 위험했지만 그러나 상당한 안전화 요인들도 내포하고 있었다. 초기 핵무기 운반수단들인 항공기와 액체 연료 미사일은 기습공격에 천천히 반응했고 고도로 취약했다. 핵의 돌발사고, 승인을 받지 못한 사용 혹은 취약한 조건하에서 오인된 레이다의 신호 등은 신중한 정치가들이 수락할 수 있는 정도에 비해 더 큰 수준으로 위기 시에 선제공격을 할 확률을 증가시켰다. 그러한 선제공격의 위험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것은 발생의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두 번의 경우에 만일 적의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었다면 미국의 전략무기 사령부 무기의 초기 전개로부터 안전장치의 절차하에서 공격을 위한 대통령의 승인을 기다리는 적극 통제 단계로 나아갔을 레이다의 깜박거림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모두 병력이 자동화되지 않았다. 전략사령부 지도자들이 당시에 국제적 긴장이 없었기 때문에 레이다의 깜박거림이 가능한 소련의 공격을 대변할 것이 아닐 것이라고 결정했다. 그리하여 선제공격의 초기 위험들은 국제적 초(超)위기가 없는 그런 조건하에서 너무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는 핵 강대국 지도자들의 주저하는 자세에 의해서 안정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들은 여전히 존재했으며 오해된 깜박거림이 실제 위기 시에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었다.

초기 단계에서 또 하나의 안정화 요인은 미사일 군비경쟁 그 자체에서 특이한 수학에 있었다. 무기체제의 구체적인 특징에 따라서 방어하는 국가가 보유한 많은 수의 미사일은 적의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선제공격을 단행하기 위해서 보다 큰 비례적 우월성을 필요로 한다. 그 결과 적이 필요한 공격 우월성을 획득하기가 더 어렵게 되고, 우월성을 달성하려는 시도에서 비밀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그런 우월성에 도달하려는 노력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가 더 쉬어진다. 그리하여 주요 핵보유국가의 핵 병기고의 핵 보유 증가가 각 측이 상대방에게 입힐 손실의 잠재적 양을 증가시킨다고 할지라도, 동시에 그에 따른 위험은 바로 그런 증가에 의해서 안정화되었으며 핵무기의 대규모 사용의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고체연료와 신속히 대응하는 미사일들이 강화된 기지를 사용함에 따라 무기체제는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에 신중하고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위기 시에서조차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질적인 군비경쟁은 더 이상 상호 안정적이지 않다. 다탄두 탄도미사일들과 미사일 방어체제가 그에 상응하는 아무런 안정화 요인들 없이 선제공격의 가능성과 같은 핵 군비경쟁 초기단계의 위험성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핵 비확산 조약은 이 새로운 문제를 충족시키지 않지만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점증하는 수의 국가들이 핵무기를 획득하려고 시도하는 경우에도 불안전한 군비경쟁이 그 심도에서 크게 증가하지 않게 군비경쟁의 심화를 방지하도록 의도된 것이다.

핵 비확산 조약은 국제적 차원에서 그것의 규정들을 집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그 조약의 각 당사국은 그 조약의 주제와 관련된 비상한 사건들이 그 국가의 최고 이익을 위험스럽게 한다는 일방적 발견과 성명에 관하여 3개월간의 사전 통보에 입각하여 그 조약에서 철수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그 조약에는 이 주장의 타당성이나 반론을 주장하기 위한 아무런 절차가 없다. 그러므로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들에게는 비상한 사건들에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근거에 입각하여 철수하거나 그 국가 안전 위험을 초래할 대응압력을 피하기 위해서 철수 이전에 3개월간의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국가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런 기술적 위반들을 비록 그 조약에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음에도 어떤 종류의 집행행위와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볼 것이다. 이 조약의 비회원국가가 핵무기의 획득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상정할 수가 있다. 이 행위는 관습적 국제법처럼 조약의 서명국가들뿐만 아니라 비(非)서명국가들에게도 구속력이 있다는 허약한 주장하에서 집행행위를 위한 요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비서명국가들이 그 조약이나 혹은 그것에 적용되는 어떤 집행조치에 의해서도 진실로 커버되지 않는다면, 비서명국가들에 의한 핵무기의 획득은 비핵 서명국가들의 불합리한 열등성을 더욱 강조하는 결과만 초래될 것이다.

그런 집행이 유엔을 통해서 발생할 수 있을까? 조약 위반에 대한 어떤 공식적 제재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으로 인해서 안보리를 통해 그런 조치를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서 많은 국가들은 미래에 자기들에게 향할지도 모르는 절차를 수립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유엔 총회에서 3분의 2 회원국들이 그런 집행행위를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에 주장된 조약위반이 유엔으로 가지 못하고 개별적으로나 혹은 협력하는 강대국들에 의해서 집행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세계를 위해 좋은 본보기가 될까? 핵시설을 파괴하려는 핵 강대국의 침공이 국제법의 신빙성을 증가시킬까 아니면 그 대신에 그것은 오직 핵보유 강대국의 핵의 독점을 유지하려는 교훈만을 가져올까?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위기의 부재(不在) 시에 단지 다른 국가에 의한 핵무기의 획득을 막기 위해서 핵무기를 사용할 위협이 국제법의 준수를 유도할까? 이런 유형의 집행절차는 정당하지 않으며 오직 노골적인 힘의 행사로 보일 것이다. 이것이 공격을 초대하지 않는 환경하에서 행해질 수 있다면 집행의 수단으로서 침공이나 핵무기의 사용은 핵무기 획득의 이점에 관한 믿을 수 없을 강력한 교훈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까지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이 핵 비확산체제를 무시하고 핵무장을 해버렸고 작금 이란의 핵무장이 임박하고, 또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선택한다면, 결국 전통적 강대국인 독일과 일본도 핵무장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그러면 핵 비확산체제는 자연히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