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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품세계 “시적인 언어로 벼려진 예민한 감수성”

한강 작품세계 “시적인 언어로 벼려진 예민한 감수성”

기사승인 2024. 10. 1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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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광주 5·18 등 역사적 사건도 세밀히 살펴
한강
소설가 한강. /창비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강은 연약한 인간의 마음에 깃든 고통을 차갑게 관조하며 시적인 언어로 승화시킨 작가다. 그는 최대한 중성적인 시선으로 인류의 비극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그 속의 고통과 혐오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을 조명해 왔다.

한강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세 편의 연작 소설로 이뤄진 '채식주의자'는 영혜를 둘러싼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각각 서술하는 다면적인 면모를 보인다. 2007년 출간된 이 소설은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길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독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2016년 세계적인 권위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강은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몰입하며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문학의 특수성에서 벗어나 세계 문학의 주류로 편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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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문학의 또 다른 저류는 사회적인 시선이다. 그러한 시선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소설이 '작별하지 않는다'다. 프랑스 기메문학상과 메디치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서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책에는 4·3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담겼다. '소년이 온다'도 그런 비극의 연장선에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그렸다.

한강의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은 '흰'이다.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이면서 시 성격도 지닌 이 작품은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은 책이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한강은 지금까지 진실에 대해, 삶의 낙폭에 대해, 인간을 둘러싼 부조리에 대해, 남성중심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 그런 한강에게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왔다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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