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중남미, 중국 영향력 확대에 우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har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5010007815

글자크기

닫기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4. 11. 15. 11:27

시진핑, 페루 APEC 참석
중국 운영권 초대형 항구 개항
20241115_033646
중국 자본으로 건설돼 공식 개항을 앞두고 있는 페루의 초현대식 창카이 항구./출처=에페통신
중국이 운영권을 가진 초대형 항구의 공식 개항으로 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남미가 경제적으로 종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남미 언론매체 인포바에는 14일(현지시간) 복수의 보고서를 인용, "정상회의 참석차 남미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주석이 노리는 건 남미에서의 경제적 영향력 강화"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부터 페루와 브라질을 연이어 방문한다.

남미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했다. 남미의 정치포털 '디알로고 폴리티코'에 따르면 2000년 중남미 전체 수출에서 대중수출은 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1%에 달하고 있다. 인구 2억의 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의 으뜸 무역파트너는 이미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은 페루, 칠레,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등 4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고 우루과이와는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 공식 개항한 페루의 창카이 항구는 남미에서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페루 수도 리마로부터 북부로 약 70km 지점에 위치해 있는 창카이항은 중국의 자금 지원으로 건설된 초현대식 항구다. 항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페루와 아시아로 연결되는 물류의 운송기간은 지금의 40일에서 23일로 단축되고 물류비는 최대 20% 절감할 수 있다고 복수의 중남미 매체는 보도했다.
페루는 창카이항을 남미의 허브 항구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페루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칠레의 일부 언론은 "산안토니오 등 칠레의 주요 항구가 초현대식 시설을 갖춘 창카이항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며 "운송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앞으로 칠레가 수입하는 중국산 상품이 (칠레로 직접 오는 게 아니라) 페루 창카이를 거쳐 육로로 들어오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페루를 방문 중인 시 주석은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함께 화상으로 개항식에 참석했다. 시 주석이 헬기 이용을 꺼려 화상 참석이 결정됐다고 한다. 시 주석은 14일 현지 일간 '엘페루아노'에 실린 '중국과 페루 우정의 선박, 보다 빛나는 미래를 향해 출항하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창카이 항구가 중국과 중남미를 연결하는 진정한 번영의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창카이항이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입항을 시도하거나 군수물자로 사용될 수 있는 품목을 운송하는 데 사용되어도 페루 정부가 이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창카이항의 지분 60%는 중국 국유 해운업체인 코스코시핑이 보유하고 있다.

중남미 언론은 "특히 페루의 고질적 정치불안이 재발한다면 앞으로 페루 정부가 창카이항을 통제하기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볼루아르테 현 대통령은 2022년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권력승계순위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페루에선 대통령이 7번 바뀌는 극도의 정치불안을 겪었다.

페루는 창카이항 개항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루 생산부는 "창카이항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일자리 8000개 직접 창출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1.8% 증가할 것"고 최근 예상했다.

그러나 날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 "중장기적으론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포바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무관심으로 중남미에 생긴 빈자리를 중국이 빠르게 꿰차고 있다"며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 정부가 이에 대해 최소한의 경계심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남미가 중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면 중장기적으론 부작용을 대가로 치러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