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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꽃 따라, 이야기 따라…평창·영월 초가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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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4. 08. 27. 13:23

메밀꽃 필 무렵, 평창 효석문화제·백일홍 축제
강과 숲속에 어린 단종애사, 영월 청령포·장릉
청옥산 육백마지기, 요선암·요선정 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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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 청령포. / 이장원 기자
기나긴 무더위에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가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내리쬐는 햇빛이 아직은 뜨겁지만 이른 아침과 밤에는 선선한 기운이 스쳐간다. 언제나처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의 시간이 찾아왔다. 초가을 풍경을 가득 채우는 가을꽃과 새 계절의 이야기가 기다린다. 이럴 땐 잠시 나들이를 떠나는 것도 좋다. 가을에 가볼 만한 강원도 평창과 영월 여행지를 소개한다.

◇ 평창 이효석 문학관·달빛언덕·문학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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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 문학관. / 이장원 기자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인 평창 봉평에는 가산 이효석 선생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곳이 많다. 학창시절 누구나 읽어본 소설 속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 문학을 배우는 학생들 역시 봉평을 찾아 이효석과 근대 문학에 대한 배경 지식을 얻어갈 수 있다. 수능시험과 직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의 양식을 쌓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

이효석 문학관에 가면 선생의 작품 일대기와 육필원고 유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문학전시실은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했다. 옛 봉평 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 등은 생동감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문학정원에 가면 자연과 문학의 아름다움이 오롯이 느껴진다. 이효석 좌상은 그와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잇는 멋진 포토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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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장 모형. / 이장원 기자
길을 건너면 '효석 달빛언덕'이 있다. 이효석과 근대 문학을 주제로 한 문학테마 관광지이다. 책 박물관, 근대문학체험관, 나귀광장 등으로 이뤄졌다. 큼지막한 나귀가 눈에 들어오는데 나귀 뱃속에 작은 책방을 만들어놓은 것이 재미있다. 잠시 이동해 이효석 문학의 숲에도 가본다. 소설 속 장터, 충주집, 물레방아 등을 재현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숲에는 각종 희귀 습지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으며, 계곡에는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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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석 달빛언덕. / 이장원 기자
◇ 평창효석문화제·백일홍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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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효석문화제. / 지엔씨이십일 제공
가을을 알리는 축제의 시작인 2024 평창효석문화제가 오는 9월 6일부터 15일까지 봉평 이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봉평은 해마다 9월이면 들녘을 덮는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메밀의 고장이다. 올해 평창효석문화제는 문학프로그램을 강화해 준비했다. 예술, 정치, 음악, 코미디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고 창작하는 '문학미식자연주의'를 표방한다. 무엇보다 효석문화제의 압권은 메밀 꽃밭이다. 꽃밭을 걷고 나귀와 메밀꽃 열차를 타보며 메밀꽃 향기를 사진에 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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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백일홍 축제. / 지엔씨이십일 제공
오는 9월 13일부터 22일까지는 2024 평창백일홍축제가 열린다. 9월이 되면 평창강 주변은 백일홍 1000만 송이가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백일홍의 꽃말인 '행복'이 담긴 가을 풍경을 만끽할 시간이다. 백일홍 외에도 코스모스, 해바라기, 넝쿨식물, 대왕참나무숲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축제에서는 깜짝노래자랑, 게임 등 즉석 이벤트와 통기타 공연, 평창예술제, 가요제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 청옥산 육백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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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 육백마지기. / 지엔씨이십일 제공
평창 미탄면 청옥산(1255.7m)에 오르면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육백마지기'의 장관이 펼쳐진다. 축구장 여섯 개 정도를 합쳐 놓은 넓은 초원이다. 초원 위로 줄지어 서 있는 풍력발전기들이 멋진 광경을 선사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이곳은 노을이나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한 '차박' 명소이기도 하다. 고원지대이지만 도로가 잘 닦여 있어 자동차로 가기에 편리하다.

◇ 영월 청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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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 청령포. / 지엔씨이십일 제공
육백마지기를 보러 남쪽으로 이동한 김에 또 다른 강원도 고장인 영월로 향한다. 영월에서는 더 오래된 이야기가 기다린다. 조선시대 비운의 왕 단종이 유배돼 마지막을 보낸 곳이 영월이다. 잠시 애상에 빠질 수 있지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단종의 이야기가 쾌적한 자연 속에 얽혀 있어 차분한 가을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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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어소를 지은 후 단종을 향해 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소나무. / 이장원 기자
먼저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에 가본다.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는 섬이다.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당시 유배지로 알맞은 곳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잠시나마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 한 재미이다. 청령포에서 두어 달을 지낸 단종은 이곳을 '육지고도(陸地孤島)'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현재는 섬 위에 펼쳐지는 숲길이 애잔함 속에서 아늑함을 준다. 청령포에는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고 전하는 노산대, 한양에 남겨진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은 돌탑, 외인의 접근을 금하기 위해 영조가 세웠다는 금표비 등이 있다. 단묘유지비는 단종이 머물던 곳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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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 관음송(가운데). / 이장원 기자
주위에는 수백년생의 거송들이 울창한 송림을 이루고 있는데 단종이 걸터앉아 말벗을 삼았다고 하는 천연기념물 관음송도 있다. 관음송은 수령이 600여 년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로 전해진다.

◇ 장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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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릉 단종 묘. / 이장원 기자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희생된 단종의 애절한 이야기만큼이나 긴 세월 속에 어렵게 보존된 단종의 무덤이다. 청령포에 유배됐다가 17세에 죽은 단종의 시신을 영월의 호장(戶長)인 엄흥도가 몰래 수습해 동을지산 자락에 암장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묘의 위치조차 알 수 없다가 1541년(중종 36) 당시 영월군수 박충원이 묘를 찾아내어 묘역을 정비했다. 이후 숙종 때 단종은 노산대군(魯山大君)으로 추봉되고 다시 단종으로 추복되면서 능호가 장릉(莊陵)으로 정해졌다.

지금도 가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단종에게 절을 하고 가는 모습을 보면 역사 속 이야기가 전하는 울림이 느껴진다. 장릉에는 단종을 위해 순절한 충신을 비롯한 264인의 위패를 모신 배식단사,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의 정려비, 묘를 찾아낸 박충원의 행적을 새긴 낙촌기적비 등이 있다. 단종 역사관은 단종의 탄생부터 17세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대기를 기록한 사료를 전시한다.

◇ 요선암·요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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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선암. / 이장원 기자
주천강과 법흥천이 만나는 영월군 무릉도원면 무릉리에 가면 요선암(邀僊巖)이라고 하는 갖가지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요선암 바위는 2013년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구멍이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돌개구멍은 포트홀이라고도 하는데 강바닥의 바위에 항아리나 원통 모양으로 난 구멍을 말한다. 요선암은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라는 뜻이다. 조선 명종 때 봉래 양사언이 평창군수로 재직하면서 요선암이라는 글자를 새겼다고 한다. 요선암 옆 길을 따라 잠시 올라가면 요선정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숙종이 내린 어제시(御製詩) 현판을 일제 시대 일본인이 구입하자 주민들이 되찾아 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요선정의 좌우로는 오래된 마애불과 석탑이 있어 옛 절터로 추정되는 모습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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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선정. / 이장원 기자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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