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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달래기 나선 두산, 합병 비율 조정으로 사업개편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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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4. 10. 21. 17:33

21일 기자간담회 개최…각사 경영진 나서
"에너빌리티, 대형원전 등 투자로 시장 선점"
"밥캣·로보틱스, 북미·유럽 시장 존재감 부각"
사업구조 재편 설명에 나선 두산 3사 경영진<YONHAP NO-4281>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왼쪽부터),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뉴(New)두산'으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야 할 산,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재추진한다. 기존 계획대로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하되,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포함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을 합병하는 비율은 1대 0.043으로 재책정했다. 밥캣 가치를 높이고자 기존 1대 0.031에서 약 30% 올린 조정이다. 3사 최고경영진이 공식석상에 직접 나서 사업 재편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시너지가 없던 두산밥캣을 떼어내 에너빌리티 고유의 원전 사업에 집중하고, 사업 연계 고리가 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합쳐 무인화·자동화 시대를 이끌겠다는 게 골자다.

21일 두산그룹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등 각 사 대표가 함께했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어, 분할합병 비율 변경 등을 포함한 의건을 의결하고 정정신고서를 공시했다.

변경된 비율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분할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이 같은 결과는 시장 관례에 따라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기존 두산밥캣 분할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바꾸고, 합병 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과거 구조조정을 겪은 후 뉴두산으로 나아가기 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분기마다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에너지, 기계, 소재 등 3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특히 올해는 원자력, SMR 붐으로 에너빌리티의 투자 니즈 발생, 밥캣의 시너지 효과 필요성 등으로 (사업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두산이 사업개편을 강행하는 이유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 여력을 늘려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호황이 예상돼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전에 설비 투자를 하려는 의도다. 이번 사업개편으로 밥캣을 분할할 시, 두산에너빌리티는 투자에 필요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박 사장은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 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이번 재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추가 투자할 때 예상되는 투자수익률은 15%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2028년 기준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될 시, 두산로보틱스의 해외 시장 진출이 원활해진다. 두산로보틱스는 아직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에 반해 두산밥캣은 북미 시장에서의 활약으로 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전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500개의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두산로보틱스 매출 70%를 차지하는 북미·유럽 선진시장에서 존재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두산로보틱의 협동로봇을 결합하는 '지게차-팔레타이저 솔루션' 등 즉시 실현가능한 시너지를 포함해 전문 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무인화·자동화를 중심으로 한 미래 기술 및 제품에 대한 개발과 혁신을 계속 고민해 왔다"며, "두산로보틱스의 솔루션을 접목시켜 시장을 확대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사업 시너지가 없는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는 것보다 두산로보틱스와 모회사-자회사가 되는 쪽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번 사업구조 개편의 목적을 설명했다.

두산은 사업 시너지 극대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클린에너지·스마트 머신·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사업부문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두산 경영진은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 소통을 더욱 활발히 할 것을 약속했다.

3사 대표는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은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를 통해 투자여력을 높이고, 연관 있는 사업 분야를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각 사의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 가치를 빠르게 성장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사회 결정에 대해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잠재워질지 주목된다. 앞서 그룹이 합병비율을 1대0.031로 책정할 당시, 밥캣의 가치가 저평가됐으며 대주주인 ㈜두산에 유리한 합병이라는 이유로 주주들과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은 "밥캣에 대한 의결권은 재편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어느 계열사가 갖느냐 차이일뿐 수치상 변화가 없다"며 "로보틱스가 밥캣으로부터 배당을 받더라도 로보틱스가 가져오는 차입금에 대한 이자, 신사업 투자재원 등을 고려하면 ㈜두산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배당수익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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