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여행] 옛 교도소가 예술로...맛과 멋 문학의 도시 장흥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hare.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121010010952

글자크기

닫기

장흥 이장원 기자

승인 : 2025. 01. 21. 13:18

한승원, 이청준 등 배출한 현대 문학의 고향
교도소의 재해석, 빠삐용Zip 문화공간 변신
토성이 보이는 천문대, 치유의 편백 숲까지
장흥 억새
전남 장흥 신풍생태습지공원. / 이장원 기자
바다와 섬, 산과 들녘이 모두 만나는 전남 장흥군은 겨울에도 왠지 모르게 체감 온도가 높은 따스함을 주는 곳이다. 남쪽 고을 특유의 색채에서 장흥이 이청준과 한승원 등 거장을 배출한 문학의 도시가 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한승원 작가의 딸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최근 장흥에서는 문학기행 열풍이 일기도 했다. 장흥은 문학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문학만 이야기하기에는 다른 재미가 무수히 많은 곳이기도 하다. 언제나 새로운 문화적 공간이 탄생하고 의외의 발견이 있는 곳, 장흥으로 떠난다.

◇ 굴구이

굴구이
장흥 굴구이. / 이장원 기자
서울에서 KTX를 연계해 이동하면 대략 3시간이면 장흥에 다다른다. 길든 짧든 이동을 마치고 나면 배가 고프기 마련이다. 먹거리 하면 빠질 수 없는 곳이 또 장흥이다. 특히 자랑할 만한 것은 싱싱한 자연산 굴이다. 겨울철 별미인 굴은 보통 2월까지가 제철로 볼 수 있다. 남포마을에 가면 소등섬 앞바다에서 마을 주민들이 채취한 자연산 굴을 직접 불에 구워 먹을 수 있다. 장흥 굴은 신선하고 쫄깃하기로 정평이 났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익는 동안 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대량으로 공급받을 수만 있다면 누구나 마다하지 않고 순식간에 해치울 맛이다. 굴은 영양가가 풍부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아서 겨울철 보양 음식으로 좋다. 굴무침, 굴 전, 굴 라면 등으로도 즐길 수 있다.

◇ 천관산·천관문학관

장흥 1
천관산 문탑. / 이장원 기자
문학의 고장에 왔으니 문학이 숨쉬는 산길을 걸어본다. 장흥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변산과 함께 호남5대 명산중 하나로 꼽힌다. 제주도까지 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다. 천관산 능선에서는 다도해의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천관산은 부처바위, 사자바위, 기바위 등 정상 바위들이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고 해서 천관산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산길에서 천관산문학공원을 만난다. 600여기의 자연석 돌탑과 문학비가 작가들과 작품을 기념한다. 산과 문학이 어우러진 경관 속에서 잠시 사색에 빠져든다.

한강
천관문학관. / 이장원 기자
천관산 기슭에는 천관문학관이 있다. 천관문학관은 장흥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쪽 벽면에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그리고 한강의 작품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이청준과 한승원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들도 전시하고 있다. 천관문학관은 사전 예약만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전통 문화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들의 편안한 집필활동을 위한 장소도 갖추고 있다.

◇ 정남진천문과학관

장흥 우주
정남진천문과학관 우주 체험. / 이장원 기자
장흥에는 문학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려 토성을 볼 수 있는 천문과학관이 있다. 정남진천문과학관은 전남 최초의 천문과학관이다. 7m 원형돔의 주관측실은 600mm 리치크레티앙식 반사망원경과 152mm 아포크로메틱 굴절망원경 등을 보유하고 있다. 보조관측실에는 총 6대의 다양한 망원경이 있어 행성, 은하, 성운, 성단, 달 표면, 태양의 흑점과 홍염 등을 관측할 수 있다. 특히 고리가 선명하게 보이는 토성 관측은 말 그대로 황홀하다. 우주를 보는 다소 의외의 경험에서 장흥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시청각실에서는 3D 입체영상 상영 및 우주관련 영화 상영을 하며 천문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우주학습코너도 있어 아이들이 우주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한다.

◇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장흥 우드
우드랜드. / 이장원 기자
천문과학관 인근에는 60년생 이상의 편백나무가 숲이 조성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가 자리잡고 있다. 무장애 데크로드인 말레길, 치유의 숲, 천일염과 편백으로만 구성된 온열 치유시설 편백소금집 등이 있는 휴식의 장이다. 소금동굴, 소금마사지방, 소금해독방, 편백반신욕방, 황토방, 소금 단전호흡방 등에서도 자연치유의 힘을 체험한다. 편백나무는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내뿜는 것으로로 알려져 있다. 우드랜드에서는 계절에 따라 자연 체험활동, 오감여행, 숲속 호흡요가, 활력 증진 기체조, 맨발걷기 등 프로그램 참여도 가능하다.

◇ 빠삐용Zip(옛 장흥교도소)

장흥 교도소
옛 장흥교도소가 재탄생한 빠삐용Zip. / 이장원 기자
문학의 도시 장흥에 문학과 밀접한 관련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기도 한 이색 공간이 탄생했다. 옛 장흥교도소가 '빠삐용Zip'이라는 이름으로 새단장했다. 감옥은 작품 속 배경으로 종종 등장하기도 하고 많은 작가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옥살이를 하기도 하니 문학·예술에서 빠질 수 없는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 옛 장흥교도소에서는 다수의 드라마, 영화가 촬영됐다. '더 글로리', '프리즌',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70여 편의 작품 속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곳이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따라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교도소 민원봉사실은 장흥교도소 아카이브관으로, 직원식당은 교정역사전시관으로 바뀌었다. 연무관은 '영화로운 책방', 여사동은 '글감옥'으로 변신했다니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향후 숙박 시설과 카페·음식점 등이 완비되면 이 '감옥'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재미있다고 할 수 없는 공간에서 재미를 만들어낸 일종의 공간 혁명이다.

◇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

동학
동학농민운동의 역사성을 표현한 작품. / 이장원 기자
장흥에는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곳들도 있다. 장흥 석대들은 동학농민혁명의 4대 전적지이자 최후 격전지로 알려져 있다. 석대들이 보이는 곳에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 세워졌다. 동학혁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책과 무기류, 영상물과 체험시설 등 다양한 자료들을 보존하고 있다. 당시 활약했던 장태장군 이방언과 소년 뱃사공 윤성도, 경국지색 여장군 이소사, 열세 살 소년 장수 최동린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다.

◇ 정남진 통일기원탑

장흥 통일
정남진 통일기원탑 광장. / 이장원 기자
잠시 넓은 바다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정남진 통일기원탑에 가보는 것도 좋다. 정남진은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남 쪽 방향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통일광장이 보이는데 바닥에는 한반도를 새겨놓은 분수대가 있다. 정남향을 나타내는 커다란 반지 모양 조형물도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득량만 일대와 고흥 소록도, 거금대교, 완도, 금일도 등의 섬들이 보인다. 천관산과 넓은 평야도 감상할 수 있다.
이장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