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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죄 빼려면, 헌재는 탄핵소추안 기각하고 국회는 재표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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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1. 04. 17:48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가 '내란죄'를 핵심 사유로 삼아 일부 여당 의원들의 동조를 얻어내 대통령 탄핵소추를 가결시켰지만,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권유로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사유를 이렇게 마음대로 변경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헌재는 이런 졸속 탄핵안을 기각해야 하고, 국회는 새로 다듬은 탄핵소추안으로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내란죄' 철회 소식이 전해지자 '사기' 탄핵이라는 분노가 여기저기서 폭발하고 있다. 탄핵사유 속에 '내란죄'가 없었다면,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을 의원들도 '내란죄' 혐의가 있어서 찬성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철회를 하겠다고 하면 헌재가 이것이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인 만큼 그렇게 할 수 없고, 그런 변경을 하고 싶으면 기존의 탄핵소추안은 기각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란죄'를 탄핵사유에서 배제하는 것은 심판 절차의 적법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내란죄 철회'를 둘러싼 여야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4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국회에서 통과될 때는 내란죄를 전면에 내세우고,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할 때는 내란죄를 뺀다면 탄핵 절차를 우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졸속으로 작성된 탄핵소추문을 각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의 엉터리 탄핵 남발을 용인해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 주진우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들이 탄핵소추서에 나온 내용을 종합해서 판단했는데 그 주요내용이 변경된다면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는 형법 재판에서 다루게 하고 헌법 위반 여부만 헌법재판소에서 다룰 뿐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라는 사실관계는 동일해 기존 소추사유는 변함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강변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란죄'를 핵심 이유로 삼아서 탄핵소추를 가결시켜놓고는 이제 와서 내란죄를 철회하겠다면서 소추사유는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궤변이 어디에 있는가. 만약 탄핵사유에서 내란죄 혐의를 철회한다면, 내란죄로 수사하거나 구속하는 것도 모두 중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란죄 철회에 대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빨리 탄핵해 이재명 사법리스크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설명했다. 내란죄 성립 여부를 헌재에서 따지려면 증인의 증언을 들어야 하는 등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마치 내란죄가 확정된 것처럼 선전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탄핵 인용을 이끌어내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내란죄'를 탄핵사유에서 뺀 이유가 4월 18일 임기만료를 앞둔 좌파성향의 문형배, 이미선 두 헌법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에 탄핵심판을 끝내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꼼수처럼 탄핵 심판 절차상 무리한 부분이 발생하면, 법 절차의 엄수를 포함한 법의 지배를 중시하는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라고 지명된 재판관들은 기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국회의 탄핵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헌법은 대통령을 내란과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기소되지 않도록 하고 임기 후에야 기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 동안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다. 탄핵사유에서 내란죄가 사라진다면, 대통령을 탄핵소추해서 헌재의 탄핵심판을 받게 해야 할 당위성이 크게 사라지고 탄핵소추안을 가결해야 할 이유도 별로 남지 않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탄핵사유에서 빼려면, 중대한 내용의 변경인 만큼 헌재가 기존의 탄핵안을 기각하고 국회도 이런 변경을 담은 탄핵소추안을 작성해서 다시 표결에 붙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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