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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첫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2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키 17'에 관해 "봉 감독님의 용감한 작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패틴슨은 "'스타워즈' 시리즈와 비슷한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에서 가볍고 유머러스한 장면을 보여주는 SF물은 흔치 않다"면서 "봉 감독님과 비견할 수 있는 감독은 현재 전 세계에 4~5명 정도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봉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미키 17'은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SF물이다. 패틴슨은 임무 수행 중 죽을 때마다 폐기처분 됐다가 복제 인간으로 되살아나는 미키 역을 맡았다. 17번째 미키가 죽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18번째 미키를 맞닥뜨리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패틴슨은 "아주 빨리 재밌게 읽은 미친 시나리오였지만 미키가 왜 그렇게 되는지 살펴보면 복잡해졌다"며 "자신감도 없고 어떻게 보면 멍청한 점도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가르쳐도 교육되지 않았던 자기 반려견에서 영감을 받고 미키 캐릭터를 소화했다고 전했다. 패틴슨은 "어떤 벌을 내려도 바뀌지 않았던 제 반려견처럼 미키 역시 17번을 죽어서야 '삶을 다르게 살았어야 했나' 깨닫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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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 함께 한 봉 감독은 "멍청하고 불쌍한 미키 17과 예측불가능하면서도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미키 18을 모두 소화해야 해 사실상 1인 2역"이라며 "두 역할을 다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패틴슨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 관해 봉 감독은 "인간적인 냄새로 가득한 인간적인 SF영화"라며 "평범하고 힘없는, 어찌 보면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키가 극한에 처해 있는 노동자 계층이다 보니 작품에 계급 문제가 스며들 수 있지만 거창하게 계급 간의 투쟁을 다룬다는 식의 정치적인 깃발을 들고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