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 공장 부분파업…'임단협' 난항
'한 발 물러서 상생 문화 가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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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경제 위기 앞에 임금 인상에서도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한 편으론 직원 불만을 막기 위해 고심한다. 직원들 역시 가정 경제가 녹록치 않으니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면서도 회사의 넉넉치 않은 사정을 알기에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관건은 서로가 수긍할 수 있는 적당한 선을 찾는 것이다.
문득 철강업계에서의 '적당히'란 어느 정도 선일지 고민해본다. 공교롭게도 21일 현대제철 노조가 당진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하는 파업을 단행했다. 지난해부터 해를 넘겨 이어오고 있는 임단협이 그 이유다. 사측은 진땀을 뺀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6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노조는 역대급이라 불릴 만큼 높은 성과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사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건 외부에서 '좋다, 싫다' 판단하기 힘든 그들의 권리다. 어떻게 보면 투명한 자원 분배를 촉진하는 건강한 자본주의의 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적당히'다. 기업과 직원들 간 얼만큼의 공동체 의식과 대립이 필요할지, 어떻게 해야 적절한 협력과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달렸다.
지금 철강업계의 상황은 심상치가 않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위기에 봉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중국발 저가 공세에 더해 트럼프 재집권으로 무역장벽이 가시화하는 혹독한 한해가 될 예정이다. 전날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가 '탄소세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국 철강이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이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고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압박이 심화하는 등 위기는 끊이지 않았지만, 그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트럼프 재집권 상황까지 맞이했다는 점에서 업계가 실감하는 압박은 남다르다. 이에 현대제철 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들도 감산까지 불사하며 비용절감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때 인건비 부담이 과중하면 안 그래도 중국에 뒤쳐진 원가경쟁력이 더욱 약화할까 우려된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한 KBS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고려의 제상은 이렇게 말한다. "외적이 나타나면 안에서의 싸움은 멈춰야 하는 것입니다." 그는 황후의 편에 서서 황제와 대립했으나 거란이 침공을 예고하자 황후에게 정쟁을 멈출 것을 제안했다. 지금은 철강업계도 외부로부터의 위기에 맞서, 내부의 긴장은 잠시 내려둬야 할 때다.
현대제철 측은 지속적인 대화를 강조하며 최종 합의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노사가 한 발 물러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또 업계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며 상생의 문화를 가꿀 적기이기도 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도전 앞에 선 한국 철강 업계가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