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영장 발부 너무나 자의적…항고제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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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일 가처분 신청을 통해 "영장 발부의 어떠한 위법·무효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별도로 항고할 수 있는 절차나 장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 효력을 헌재에서 다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은 항고 대상이 아니다. 발부된 체포영장 자체를 다투는 제도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발부되면 집행하고 구속영장 단계로 넘어가야 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을 통해 불법성과 부당성을 다툴 수 있다. 체포영장 발부 관련 사안은 헌법상 권한쟁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윤 대통령이 헌재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상 지금으로선 체포영장에 대한 통제수단이 없는 만큼 현 상황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할 수 있는 나름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은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신청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엿장수 영장심사' '로또 영장'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영장 발부 기준이 지나치게 판사 자의적 판단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법원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영장 항고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영장 발부에 대한 결정은 증거 확보와 도주 방지, 향후 재판에서의 실체적 진실 발견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절차인 만큼 영장 항고 제도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법원 반대로 무산됐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우리의 영장 발부 요건 자체는 너무나 자의적"이라며 "어떤 경우에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되는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판사 자의적 기준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때 이에 불복해 항고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는 현 상황에서 '영장 항고 제도'는 반드시 들여올 필요가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또 "현재로선 영장 발부 결정은 불문법(不文法)에 가깝다"며 "어떤 사례가 발부 기준에 해당하고 그렇지 않은지, 그 케이스들이 충분히 축적돼야 영장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 역시 "판사마다 영장 발부의 기준이 다르고 판단 근거들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지금의 법 현실은 국민 신뢰를 잃기 쉽다"며 "법원이 발부 여부를 판단할 때 구체적인 근거를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영장 심사도 항고·재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구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