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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논란’ 베네수엘라 대통령 취임 강행…또 ‘한 국가 두 대통령’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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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1. 08. 15:36

마두로 3선 성공 주장, 10일 취임식 예정
야권은 9일 대규모 규탄 집회로 맞불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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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과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정부청사 발코니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AP 연합
부정선거 의혹을 씻어내지 못한 베네수엘라에서 2명의 대통령이 취임하는 극단적 정국 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네수엘라를 정점으로 국제사회의 이념 대립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매체 엘파이스 등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10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선서식에 참석하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헌법에 따라 대통령 취임식은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시즘이나 제국주의가 (나의 3번째 대통령 취임을) 막을 수 없을 것" "야당이나 미국 제국주의가 베네수엘라를 지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에서 승리했다며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통성 시비에 휘말렸다.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고 국제사회가 투명한 개표 결과를 공개하라고 압박했지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아직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는 7개월째 폐쇄 상태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달 9일 대규모 규탄집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식을 강행에 맞불을 놓는 셈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과 맞붙은 후 정치적 탄압을 받다 망명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전 야권 대선후보도 이번 주 중 베네수엘라에 귀국해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곤살레스는 베네수엘라 대선을 부정선거로 보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자유진영 국가들을 연이어 방문하며 국제사회의 감시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아르헨티나를 찾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아르헨티나는 그를 베네수엘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을 방문한 곤살레스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국가안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왈츠 연방 하원의원을 만났다. 곤살레스는 만남 후 "9일 개최될 국민대회에 대해 논의했다"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예의주시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곤살레스는 베네수엘라로 돌아가 집회에 참석하고 대통령에 취임할 계획이지만 마두로 정부가 사법적 대응 방침을 천명하면서 현지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곤살레스가 귀국하면 이미 발부된 영장을 집행, 그를 권력 찬탈과 정부 전복 음모 등의 혐의로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중남미 매체는 "곤살레스가 어떤 식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귀국할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귀국한 후 대통령에 취임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며 두 사람이 동시에 취임식을 강행하면 베네수엘라에서 '한 국가, 두 대통령'인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7년에도 대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베네수엘라에선 2019년 후안 과이도 당시 의회의장이 임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서 '한 국가, 두 대통령'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과이도 전 의장은 2022년 12월까지 야권을 이끌며 마두로 정부에 맞섰지만 정권 교체에는 실패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혼란으로 이념적 대립 구조는 뚜렷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쿠바 등 권위주의 정권이 통치하는 국가와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등 좌파 정권이 들어선 중남미 국가의 노골적 또는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곤살레스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미국 등 우파 정권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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