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정비해 미래 혼란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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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 불릴 정도의 변신이 가능할까요. 물론 외부 눈치만 살피며 윗선에 잘 보이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소위 '보신 주의'가 자리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는 정국 혼란 속입니다. 앞으로 큰 결단이 요구되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어떻게 맞춰갈 수 있을까요.
'전쟁을 준비하려면 먼저 집안을 정리하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리더십을 바로 세우고 내부의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강인한 조직으로서 위험을 돌파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포스코가 초유의 불확실성 앞에 리더십 교체와 내부 개혁에 분주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리더십 쇄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음달 정기주총에서 새로운 사내이사 후보를 세우겠다는 방침입니다. 언급되는 인물은 이주태 미래전략본부장과 천성래 사업시너지본부장 등입니다. 장인화 회장은 앞서 대규모 임원 인사를 통해 자신의 측근들을 전진 배치하며 지배력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임원 15%를 축소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 등 파격적인 변화도 이어졌습니다.
주목 할 건 포스코홀딩스가 다음달 정기주총에서 회장의 3연임에 필요한 주주총회 가결 정족수를 늘리는 안을 올리겠다고 한 대목입니다. 기존에는 주주총회 절반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안이 통과될 시 필요한 가결 정족수는 3분의 2가 됩니다. 리더십 쇄신이 그룹의 수장 자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업계에선 '장인화 회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의안'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장 회장은 대표이사로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일원입니다. 장 회장은 본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규제를 스스로 제시한 셈입니다. 그가 회장이기에 앞서 30여년간 회사를 지킨 정통 포스코맨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장 회장은 포스코가 본격 민영화하던 1988년 입사해, 9인의 대표이사 교체와 연임의 역사를 지켜봤습니다. 때마다 그 수장자리에 누가 앉을지 국민적 관심이 쏠렸습니다. 회장의 3연임이 거론되는 시기에는 자질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습니다.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업을 이끄는 포스코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와 무역장벽 심화에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서, 내부에서의 혼란마저 더해진다면 기업이 받을 부담은 가중됩니다. 트럼피즘의 영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인 없는 기업의 '무주공산' 주인 역할을 해 온 건 정부입니다. 정국 혼란 난리통에 어떻게 소신 있게 지휘봉을 흔들 수 있을까요. 장 회장의 포스코는 정면돌파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일부가 흔들어도 버텨내고, 반대로 큰 손이 밀어도 다수가 인정하는 인물만이 회사를 오래 이끌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입니다.
포스코 측은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아직 회장 교체나 연임 등을 논하기엔 매우 이른 시기임에도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건, 미래의 혼란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됩니다. 포스코그룹은 위기 속에서도 '100년 기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번 결단이 그 역사 속에서 빛을 발하는 날이 올까요. 더 단단해질 포스코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