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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배터리분사 일파만파] LG 구광모, ‘포스트 반도체’ 배터리 승부수 통할까

[LG, 배터리분사 일파만파] LG 구광모, ‘포스트 반도체’ 배터리 승부수 통할까

기사승인 2020. 09.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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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방식으로 LG화학 100% 자회사로 편입
구 회장 지배력 유지하며 투자금 확보 유리해 이익
배터리 기대감 LG화학 소액주주들에게는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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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포스트 반도체’ 배터리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을 분사시키면서 본격적으로 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울 태세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해 자연스럽게 지주 회사인 LG의 지배력을 유지시키며 투자금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배터리 부문 기대감으로 LG화학에 투자한 수많은 소액주주들의 들끓는 민심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물적분할한 신규 배터리 법인회사는 LG화학의 소액주주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고 기업공개(IPO)시에도 인수우선권도 없기에 전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17일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전지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오는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12월 1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구 회장이 그룹의 미래사업으로 집중한 전기차배터리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 구 회장은 회장 취임 당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해 전장사업에 높은 관심을 두고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전기차 개화시기를 앞두고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과제를 해결하고자 3M 출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직접 영입하기도 했으며,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기업 ZKW를 그룹 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444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계열사 사장들에게 권한을 절대적으로 위임하는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지난 6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의 회동에는 직접 나서기도 했다.

총수의 관심은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017년 4위에서 지난해 3위, 올해 1위에 등극했고, 점유율도 8.5%에서 24.2%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2분기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영향으로 LG화학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1.4%나 오른 5716억원을 기록, 깜짝 실적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분사 결정은 눈부신 실적과 함께 향후 시장 성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이 배출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생산·판매 비중 확대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향후 7년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이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지만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올 상반기 기준 2017년부터 LG화학의 총투자실적은 6조8298억원 수준으로 이 중 석유화학에 1조5840억원, 전지사업에 4조7510억원, 첨단소재에 4948억원을 지출했다. 이렇듯 영업현금창출 규모를 상회하는 설비투자로 차입금은 빠르게 증가해 지난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8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앞으로 투자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LG화학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전후로 추가 집행될 설비 투자규모만 3조4661억원으로 이 중 63%를 전지사업 투자가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켜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만큼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적분할을 할 경우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충분한 자금 유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돼 LG의 최대주주인 구광모 회장의 지배력도 그대로다. 반면 소액주주들로서는 신설회사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신주를 대거 발행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높아 LG에너지솔루션의 IPO가 달갑지만은 않다.

LG화학 측이 분할 결정을 하면서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만큼 이 부분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편 구 회장의 이번 사업 재편은 그동안 구축한 자동차 전장사업 포트폴리오에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통한 재원 확보가 가능해지며, LG그룹 계열사들의 자동차 전장 부품 판매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분사할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을 필두로 LG전자(인포테인먼트·모터·인버터·배터리팩·자율주행부품, 램프), LG이노텍(모터·센서·차량통신모듈), LG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LG CNS(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미래차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놨다.

LG관계자는 “그룹 경영에 있어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사업을 챙겨야 하는 것이 오너의 역할”이라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LG가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며 경쟁력이 있는 만큼 이번 분사 결정으로 더욱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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