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강형원 칼럼] 트라우마 치료, 가상현실과 만나다

[강형원 칼럼] 트라우마 치료, 가상현실과 만나다

기사승인 2021. 05. 17. 18:1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와 함께하는 4차 산업혁명의 의미<17>
칼럼 누끼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
인류는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심리치료도 전통과 근본을 기반으로 시대적 변화에 맞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 모바일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을 의미하는 ‘디지털 기술’의 광범위한 용이성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최근 MBC 스페셜-특집 ‘너를 만났다’는 VR을 접목한 휴먼다큐멘터리 프로젝트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긴 여운을 남겼다. 고통을 겪으며 먼저 떠나보낸 아이, 아내와 남겨진 가족 구성원들이 가상공간을 통해 감격적으로 해후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이 모두에게 트라우마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 또는 죽음의 위협, 신체적 상해나 성폭력을 직접 당하거나 목격하고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가 된다. 일반인들이 일생에 이런 트라우마 사건에 노출될 확률은 약 80%에 이르고, 이들 중 3분의 1은 PTSD로 인해 고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최신기술인 VR, 인공지능, 실감콘텐츠는 이미 생활 가까이에서 유용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발전과 보급으로 트라우마 치료에도 VR 활용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VR은 사용자가 컴퓨터 생성 가상환경에 몰입하는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Multimedia-interactive)의 체험이다.

특히 VR 기반 노출치료는 현실 속에서 제약이 있는 위험한 노출들을 안전하게 가공된 공간에서 경험할 수가 있어 공포증과 PTSD를 치료하는 데 성공적인 도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VR 기반 트라우마 치료의 시작은 1997년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연구원들이 베트남 참전 용사들과 가상 베트남 VR 시나리오를 테스트하며 시작되었다. 이는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20여 년 만이었다. 이전까지는 PTSD에 전통적인 심리치료와 약물치료 접근법을 개발·적용하려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퇴역 군인들은 심리적 행복, 기능적 능력, 삶의 질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사회적 관계 영향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때 버추얼 베트남(Virtual Vietnam)이라는 VR 기반 트라우마 치료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의미 있는 결과뿐만 아니라 PTSD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되었다. 나아가 2005년에는 이라크전 참전 군인들의 PTSD 치료를 위해 버추얼 이라크(Virtual Iraq)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CS)의 정신과 전문의 알버트 리조(Albert Rizzo) 박사 주도로 개발되었다. 이후로도 관련 연구가 지속되었지만, 트라우마 치료에서 있어서 VR을 이용한 획기적인 발전은 여전히 요구되고 있다.

VR 기반 심리치료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핵심인 ‘공감(共感)의 기술’이 인간 고유의 영역임을 재확인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시대적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실 상황이다. 인간의 공감 영역을 어떻게 VR로 재현할 것인가가 VR 기반 트라우마 심리치료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공감을 유도하는 기술적 한계의 극복과 치료적 콘텐츠의 통합은 VR을 기반으로 하는 트라우마 심리치료가 나아갈 길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